[박민정 기자] 고객의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제멋대로 대출금리를 정한 저축은행 14곳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SBI·OK·웰컴저축은행 등 14개사에 경영유의조치를 내렸다. 경영유의란 금융기관의 경영상 취약성이 발견되면, 이를 자체적으로 바로잡도록 하는 일종의 경징계다.

저축은행들은 2014년 도입된 '대출금리 체계 모범 규준'에 따라 대출금리를 자금조달 비용, 차주의 신용도, 관리비 등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한다. 또 금리 산출이 적정한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일부 저축은행이 고(高)신용등급자에게도 연 20% 내외의 고금리 대출을 해주는 등 합리적 신용평가 체계를 만드는 일에는 손을 놓고 쉽게 '돈놀이'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금감원이 작년 5월부터 11월까지 가계신용대출 규모 상위 14개 저축은행을 점검한 결과 이런 우려는 사실로 확인됐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하위 신용등급 차주에게 무조건 법정 최고금리를 매긴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업무와 관련된 인건비·광고비 등은 실제 비용을 반영하지 않고 임의로 매긴 뒤 금리 원가를 정했다. 금리 운용 적정성을 점검한 적도 지금까지 한 차례도 없었다.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 역시 금리 변동 등으로 대출원가가 수차례 바뀌었는데도 신용대출상품 출시 당시의 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또 대출금리를 정할 때 이용하는 '부도 시 손실률'을 실제로 산출해보지 않고 임의로 정한 숫자를 일괄 적용했다. 금리 산정과 관련한 내부 기준도 없었다.

HK저축은행은 2년 누적 부도율을 1년 단위로 환산하지 않고 신용대출 금리를 정해 부도율을 실제보다 더 높게 반영하고 있었다. 부도율이 높으면 대출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임의로 원가 추정을 하고, 근거 없이 과도하게 대출금리를 조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용정보회사에서 받은 부도율 등으로 산정한 대출원가를 반영할 경우 연 대출금리 71.4%를 적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임의로 41.5%를 깎아 법정 최고금리인 27.9%로 대출해주는 식이다. 대출을 해줘선 안 되는 차주에게 과도한 조정 금리를 적용해 돈을 빌려준 것이다.

14개 저축은행은 지난달 28일 금감원과 불합리한 영업 관행 개선방안 이행과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대출금리 산정 체계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높이기로 했다.

저축은행이 금감원과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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