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사형제가 다시 도입되면 매일 5∼6명의 사형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주말 필리핀 '복싱영웅' 매니 파키아오의 38세 생일축하 행사에서 과거에는 극소수만 사형에 처해 범죄 억제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사형 집행 의지를 보였다고 일간 필리핀스타가 19일 전했다.

▲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형제를 부활해 매일 범죄자를 5∼6명 처형할 것"이라며 "이는 진짜"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하원 법사위원회는 최근 살인과 강간, 납치, 마약 밀매, 반역 등 20여 가지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내년 초 하원 본회의 의결을 거쳐 상원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총알도 아깝다"며 "강력범은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1987년 사형제를 폐지했다가 1993년 살인과 아동 성폭행, 납치 등 일부 범죄에 한해 부활한 뒤 2006년 다시 없앴다.

전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 가톨릭계와 인권단체 등이 사형제 재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과 필리핀의 방문부대지휘협정(VFA) 폐기 발언과 관련, "미군이 필리핀에서 기지를 원한다면 돈을 내라"며 "금전 거래를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98년 체결된 VFA를 근거로 필리핀에 군대와 장비를 제한적으로 순환 배치하고 연합 군사훈련도 하고 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 해외원조 기구인 '밀레니엄 챌린지 코퍼레이션'(MCC)이 필리핀을 원조 대상국으로 재선정하는 것을 유보하자 "미국 돈은 필요없다"며 "(미국은) 필리핀에서 떠날 준비를 해라. VFA 폐기에 대비하라"고 말했다.

필리핀 대통령궁은 "대통령의 VFA 폐기 발언은 단지 경고로, 아직 아무것도 결론 나지 않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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