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폐경이 여성의 폐 기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 는 노르웨이 베르겐대학 카이 트리브너 교수를 비롯해 유럽 10여 개국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25~48세 여성 1천438명을 대상으로 폐경 시작 전부터 20년 동안 노력성 폐활량(FVC)과 1초간 노력성 호기량(FEV1) 등 기본 폐 기능을 측정했다.

FVC는 최대로 숨을 들이마시고서 끝까지 내쉰 날숨의 양이다. 일반적으로 최대폐활량이라고도 한다. FEV1은 이때 첫 1초간 내쉰 날숨의 양이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FEV1은 FVC의 80% 이상이다.

측정 결과 폐경기 동안 여성의 폐 기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나이 등 다른 요인을 조정한 뒤 나타난 FVC 감소 규모는 20개비짜리 담배를 10년 동안 하루 1갑씩 피운 사람에게 나타나는 정도와 맞먹었다. FEV1 감소 규모는 2년간 흡연한 수준이었다.

▲ 정상적인 노화에 따른 최대폐활량(FVC) 감소 예측치(맨 위 점선)보다 폐경을 겪으면서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그 아래 음영 처리된 실선)을 보여주는 그래프. 가로축은 나이, 세로축은 폐활량(단위 리터)이다. [학술지 '미국 호흡기 및 중환자 치료 의학' 홈페이지의 해당 논문에서 캡처]

FVC 감소치가 더 큰 것은 날숨보다는 들숨에 더 어려움이 있는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만성폐색성질환 같은 폐쇄성 환기장애 질환보다는 유육종증 같은 제한성 호흡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더 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기존에 폐경과 폐 기능 저하가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었으나 이 논문은 최초로 대규모 장기 추적 조사한 결과다. 연구팀은 폐경의 영향이 이토록 클지는 예상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인과 관계, 즉 왜 그런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는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전신에 염증성 변화를 일으키고 골다공증으로 흉곽 뼈가 낮아져 들숨량이 줄어드는 것이 영향을 준다는 설이 있다.

연구팀은 어쨌든 여성은 폐경기를 거치며 폐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이로 인해 호흡이 짧아지고 업무능력의 저하와 피곤 등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여성 수명이 점점 늘고 있으며 이는 그만큼 폐경 이후 사는 기간이 더 길어진다는 점에서 여성들과 의료진은 폐경 이후 호흡기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흉부학회(ATS) 학술지 '미국 호흡기 및 중환자 치료 의학'(AJRCCM)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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