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유성연 기자] 응고인자의 반감기를 길게 해, 체 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연장시킨 차세대 혈우병 치료제들이 줄지어 혈우사회에 등장하고 있다.

최근 CSL의 ‘NBP601(앱스틸라, SK케미칼 기술)’, 바이엘의 ‘BAY94-9027’ 등 다양한 혈우병 A 롱액팅 치료제들이 혈우병 치료제 국제시장에 관심을 이끌며 시판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곧 선보일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바이오젠의 엘록타(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에서는 ‘엘록테이트’(ELOCTATE)라는 명칭으로 시판 중)도 국내시판을 가늠하고 있다.

이들 제품들은 B-도메인이 제거됐느냐 아니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효과에 대한 특별한 차잇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울러 기존 치료제보다 약 1.5배정도 개선된 반감기 연장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 1.5배...이 정도라면 ‘그린진-에프’나 ‘진타 솔로퓨즈’ 등과 큰 차이 있나?
기존 치료제를 용량 높여 투여한 것과 똑같네?

1.5배정도의 반감기 연장효과가 과연 국내시장에서 조명을 받을 수 있을지 아직 명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혈우병 전문의사들과 환자들은 “9인자 롱액팅 치료제에 비해 8인자 롱액팅은 크게 주목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 다소 우세적이다. 오히려 “디바이스가 크게 개선된 제품이라면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견해는, 현재 혈우병 A환자들에게서 널리 사용되어지고 있는 ‘그린진-에프’나 ‘진타 솔로퓨즈’ 등의 치료제를 몇 단위 더 투여한 효과와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에 따른 것이다.

특히,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환우들의 치료약물들이 점차 볼륨이 작아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부피에 대한 부담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시 말해서 과거에는 치료에 맞는 적정용량을 투여하기 위해서는 여러 병 투여해야 했으나, 최근에는 고농축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단위의 치료제라도 소량의 주사용수로 투여가 가능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10cc 형태의 치료제들이 5cc 또는 4cc로 용량이 줄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1.5배정도의 롱액팅 치료제와 동등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 약물을 1.5배 더 투여해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부피의 부담이 없다는 것. 결국 이런 상황이라면 환자들을 대상으로 어필하는 것에 앞서 복지부를 대상으로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즉 기존약물에 비해 단위당 가격이 높다 하더라도 치료에 소요되는 총 금액이 낮아진다는 논리로 접근하면 복지부를 설득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로운 치료제이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신약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지는 미지수이다.

반면, 롱액팅 치료제를 적극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예방요법의 투여간격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사횟수가 줄어든다”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기존 치료제들은 2-3일에 한 번씩 정맥주사를 통해 예방요법을 하고 있는데, 롱액팅 치료제를 이용할 경우 3-5일에 한 번만 투여하면 된다는 것이다. 주사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환자들 입장에서는 주목을 받을 수있다. 그러나 정작 보험급여 인정기준에서의 ‘예방요법(프로플락시스)’은 성인 혈우병 환자들에게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환자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예방요법’의 보험인정기준이 전체 혈우병 환자들에게 폭넓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선결과제가 남아있다.

◇ 1.5배...이 정도 놓고 ‘롱액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혈우병 A롱액팅은 ‘글쎄’, 그러나 혈우병 B롱액팅은 ‘주목할만’

반감기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롱액팅 치료제가 아닌 이상 환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제’라는 ‘관심 끌기’ 정도는 가능할 수 있어도 실제 투여하면서 지속적으로 사용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혈우사회에서는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환자들에게 약물을 동등한 단위로 투여하더라도 환자들 개개인에 따라 그 ‘회복률(recovery rate)’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의학계의 정설이 있다. 이 말은 기존 치료제도 환자의 특성에 따라 회복률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데, 롱액팅 치료제는 과연 어떤 결과를 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 예로 롱액팅 치료제가 환자에 따라 기대치보다 낮은 ‘회복률’을 나타낸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7월 올란도에서 열린 2016 WFH 총회에서 ‘긴 롱액팅’ 치료제를 놓고 “치료의 혁명”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세션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치료제를 사용한 임상결과를 소개하면서 환자들의 회복률이 공개됐는데, 환자마다 큰 폭의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국내 혈우사회에서도 롱액팅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치료제의 도입과 더불어 ‘회복률’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충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척박한 국내 환경 속에서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한국혈우재단의 연구지원으로 세브란스(한정우 교수 등 공동연구) 병원 등에서 국내환자의 PK를 조사해 한국형 표준 약동학조사(PK)를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연구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이 자신의 회복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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