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사실상 미국과 결별하고 친중국 노선을 선언하자 당혹한 미국이 진의 파악에 착수했다.

미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미국과의 결별' 발언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그 발언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그 결과는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 존 커비 미국무부 대변인[워싱턴]

필립 골드버그 주필리핀 미국 대사도 21일 오전 필리핀 GM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진의를 물었다.

그는 "미국과 필리핀은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연결돼 있기에, 나는 '결별'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는 정책적 차원에서 이번 발언의 구체적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필리핀과의 상호방위협정이 굳건하고 진지한 약속이라고 보지만, 필리핀 측도 마찬가지인지는 말을 못 하겠다"면서 "우리 시각에서 볼 때 우리가 이혼소송 중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19일 중국내 필리핀 교민 간담회에서 "이제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고 말했고, 필리핀-중국 경제포럼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분리(결별)'를 선언하며 미·중 사이에서 중국을 선택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지금은 봄날"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하는 등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거리를 두고 급속도로 중국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필리핀의 이 같은 '격미친중(隔美親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상당한 차질을 낳을 것이라는 게 미 언론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필리핀에 급파하기로 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번 주말, 러셀 차관보가 필리핀 정부 인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당황하는 나라는 비단 미국뿐이 아니며, 역내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도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커비 대변인은 비록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미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으나, 70년 우방인 양국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양국의 상호방위협정 준수는 바위처럼 단단하다"며 "동맹관계는 성장하고 발전·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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