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대한항공이 한진 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21일 오후 7시 30분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2시간여 논의 끝에 결국 한진해운 매출채권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3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 400억원을 한진해운에 입금했고,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100억원을 보탰다.

이로써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한진그룹이 내놓기로 한 1천억원 지원이 완료된다.

대한항공은 "절차를 밟는 즉시 (지원금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천억원이 들어오면 한진해운은 당장 급한 물류 사태는 풀어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난 6일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에 대한 1천억원 수혈 방안을 발표한 이후 실제 집행까지 보름이 소요되면서 물류 대란을 푸는 데 필요한 자금은 당초 예상보다 더 늘어난 상황이다.

당초 법원은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들을 하역하기 위해 약 1천70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하역 작업이 지체되면서 한진해운이 하역을 마친 후 선주들에게 선박을 돌려주면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용선료(배를 빌린 비용)와 연료비가 하루 24억원씩 불어나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지급하지 못한 용선료만 400억원이다.

화주들의 소송 가능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선주협회 집계 결과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물건은 약 140억달러(16조원) 규모인데, 보통 약정된 운송 시점에서 3∼4주가 지나면 화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손해배상채권액이 늘어난다.

현재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하역을 완료한 선박은 30척뿐이다.

해외에서 선적물량을 내려야 하는 선박은 32척으로 운항 중인 선박이 4척, 가압류 2척, 입출항 불가 선박이 3척이다. 공해 상에 동동 떠서 대기 중인 선박도 23척이나 된다.

국내 항만에 하역해야 하는 컨테이너선은 35척이다. 이 중 21척이 공해상에서 대기 중이다.

화물을 제때 받지 못한 화주들이 소송할 경우 배상액은 최소 1조원, 많으면 3조∼4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해운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화물 하역을 위해 지불해야 할 돈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항만 하역업체들이 미수금을 빌미로 하역료를 높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현재 거점 항구의 하역업체들과 하역료 협상에 매진하고 있다.

하역 작업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하역에 필요한 자금이 불어나는 구조다.

대한항공 이사회가 5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결국 600억원 지원을 결정한 것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1∼2주 더 지속되면 지원 자체가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그룹이 확보한 1천100억원으로는 물류 대란 해소가 어렵기 때문에 산업은행도 추가 지원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에 산업은행 차원에서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천100억원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거점항구에서의 협상 상황에 따라 필요한 하역비 규모가 왔다 갔다 한다"며 "이번 지원으로 충분할지, 추가 담보를 확보해 지원해야 할지 판단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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