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축구팬들이 프랑스에서 열리는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으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커지고 있다.

▲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있는 슈프리긴(오른쪽)

프랑스는 16일(현지시간) 마르세유에서 난동을 부린 러시아 축구팬 3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 20명을 다음 주 추방하기로 했다.

마르세유 법원은 유로 2016 잉글랜드-러시아전 당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모스크바 축구팀 '로코모티브' 팬 관리국장인 알렉세이 예루노프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다른 두 명에게도 각각 징역 1년6월과 징역 1년을 선고했으며 3명 모두에게 2년 동안 프랑스 입국을 금지했다.

프랑스 당국이 폭력 사태에 가담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20명의 러시아 축구팬들을 추방하는 결정을 내리자 러시아 측은 법적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AFP통신은 수사 소식통을 인용해 추방 결정이 난 이들 가운데는 극우 성향의 전(全)러시아축구팬연합(VOB) 회장 알렉산드르 슈프리긴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슈프리긴 회장도 전날 자국 스포츠 전문 통신 'R-스포르트'에 "프랑스 당국에 억류됐던 나와 다른 19명의 축구팬에 추방명령이 내려졌다"면서 "우리 총영사관의 지원을 받아 프랑스 마르세유 검찰청의 결정에 항고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나치 성향으로 악명 높은 슈프리긴은 잉글랜드와 러시아 축구팬이 격렬하게 충돌한 지난 주말에도 잉글랜드와 러시아 경기가 열린 마르세유에 있었다.

나치식 경례를 하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된 슈프리긴은 1990년대 후반부터 러시아 축구팬들에게 주도적으로 신나치 세계관을 소개한 인물이다.

▲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조별리그 러시아-슬로바키아전이 치러진 프랑스 릴에서 잉글랜드 팬들이 경찰과 대치하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 지난 12일 러시아-잉글랜드전 당시 발생했던 마르세유 폭력사태에 이은 두번째 훌리건 난동.

그는 2007년부터 VOB를 결성해 활동했으며, 러시아 하원 의원 이고리 레베데프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슬라브족 얼굴만 보고 싶다"고 말하는 등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프랑스 당국은 러시아 팬들이 유로 2016 기간 또 다른 폭력 사태에 가담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추방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검찰은 3명의 러시아 축구팬은 폭력행위 등의 혐의로 입건돼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마르세유에서 난동을 부린 다른 10명의 영국인, 프랑스인들과 마찬가지로 최장 징역 1년에 벌금 1만5천 유로(약 2천만 원)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프랑스 경찰 특수부대는 유로 2016 B조 2차전 러시아-슬로바키아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지난 14일 남부 마르세유에서 북부 릴로 이동 중이던 러시아 축구팬들이 탄 버스를 마르세유 인근 도시 칸 근처에서 멈춰 세우고 탑승한 러시아인 43명 모두를 잡아 가뒀다.

프랑스 당국은 지난 12일 마르세유에서 열린 유로 2016 B조 1차전 잉글랜드-러시아전 당시 경기장 난동 사태에 가담한 러시아인들을 색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면서 조사를 벌여왔다.

▲ 잉글랜드·러시아 훌리건 폭력으로 얼룩진 유로2016

러시아 팬들은 마르세유의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열린 잉글랜드-러시아 간 경기가 1대1 무승부로 끝난 뒤 옆에 있던 잉글랜드 응원단 쪽으로 침입해 난동을 부리면서 폭력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두 나라 팬들은 경기 전부터 사흘 연속으로 무력충돌을 일으켜 프랑스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쏴 사태를 진압하기도 했다.

▲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잉글랜드-웨일스 경기를 하루 앞둔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릴에서 최루가스가 터지다 훌리건들이 달아나고 있다. 이날 러시아-슬로바키아전이 끝난 후 러시아인과 슬로바키아인, 영국인들이 길거리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이 최루가스로 이들을 진압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러시아팬들의 난동사태와 관련 러시아 대표팀에 실격 유예 조치를 내리고 러시아 축구협회(RFU)에 15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실격 유예는 러시아 축구팬들이 남은 유로 2016 경기에서 마르세유에서와 비슷한 난동을 다시 부리면 러시아 대표팀이 대회에서 자동으로 실격당하는 징계다.

러시아 외무부는 15일 프랑스 당국이 러시아 축구팬들을 억류한 사건과 관련 모스크바 주재 프랑스 대사를 초치해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직접 프랑스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기도 했다.

프랑스 경찰은 지난 10일 유로 2016 개막 이후 폭력을 행사한 축구팬 총 323명을 체포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프랑스 치안·정보 당국은 250만 명의 외국 축구팬이 찾는 이 대회가 테러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유로 2016 대회 기간인 지난 13일 파리 근교에서는 '이슬람 국가'(IS)를 추종하는 테러범이 경찰관 부부를 살해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 당국은 오는 2018년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구 대회 준비 차원에서 입국 및 경기장 출입 금지 대상이 되는 내외국인 목록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으로는 월드컵 행사 참가자들에 대해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겠지만, 이것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연합뉴스) 유철종 박성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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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6/17 00:4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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