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 기자]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은 외국 테러단체로부터 영향을 받은 '자생 테러'"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수사상황을 보고한 뒤 기자들에게 "용의자인 오마르 마틴(29)이 외국 테러조직으로부터 잠재적 영감을 얻어 급진화(Radicalization)된 것으로 보인다"고 13일(현지시각) 밝혔다.

▲ 총기난사 사건의 흔적

이 같은 결론은 용의자가 2차례에 걸쳐 사우디아라비아 성지순례를 다녀왔다는 점, 범행 도중에 911에 전화를 걸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충성을 서약했다는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미 국장은 그러나 "용의자가 극단주의 조직의 일부이거나 그 같은 조직으로부터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불투명하다"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이 같은 테러가 발생한 경위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FBI는 현재 용의자 마틴의 단독 범행인지, 아니면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 동조하거나 개입된 제3의 인물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마틴의 신변과 주변 조사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용의자의 휴대전화와 이메일, 소셜 미디어 계정 등을 주도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오마르 마틴

◇용의자의 잇따른 수상한 행적…'기획 테러' 방증 =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인 용의자 마틴의 범행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기획 테러'로 의심되는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주간지 피플은 익명의 수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용의자가 올랜도 디즈니 월드를 정찰하기도 했다"고 전하며 "디즈니 월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표적인 '소프트 타깃'(경비가 허술한 지역)"이라고 보도했다.

마틴이 사우디아라비아에 2차례에 걸쳐 성지순례를 다녀온 사실도 밝혀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내무부는 마틴이 2011년 3월에 열흘간 체류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12년 3월에도 입국해 여드레간 머무른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마틴은 당시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슬림인 마틴이 성지순례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테러조직 관계자와 만났을 가능성을 FBI는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용의자 마틴이 평소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였고, 부인을 수시로 폭행하는 등 폭력적 성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평소 불만이 폭발해 저지른 '증오 범죄'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보안업체 G4S에 근무했던 마틴의 동료 대니얼 길로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틴은 항상 사람을 죽이는 얘기만 했다"면서 "사건이 충격적이지 않았다. 곧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틴이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비방을 일삼았다"면서 "그는 문제가 있었고 끊임없이 분노에 차 있었다"고 강조했다.

우즈베키스탄 이민자 출신의 마틴의 전(前) 부인 시토라 유수피는 "마틴이 결혼 후 6주일 정도 지난 후부터 '이상행동'을 보였다"면서 신체와 언어폭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마틴의 부친인 세디크 마틴은 전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종교와 무관하다"면서 "아들이 몇 달 전 마이애미 도심에서 남자 2명이 키스하는 것을 보고 매우 격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총격 희생자 5명 매우 위독…사망자 더 늘어날 듯 = 총기난사 현장에서 다쳐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들 가운데 5명의 상태가 매우 위독하다고 올랜도 메디컬센터 측이 밝혔다.

이들은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부상이 너무 심해 회복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총기난사 사건에 따른 사망자 수가 50명(용의자 포함)에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 29명이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오늘 6명이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며 "환자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수사당국이 총기난사 현장을 조사하는 와중에 현장에서 사망한 희생자 시신 49구가 밤새 영안실로 옮겨졌다고 AP통신이 전했다.

▲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하는 시민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