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처음 단행한 고기능 생산직의 대규모 희망퇴직을 놓고 현대중공업 노사가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생산직 고기능 조선 근로자의 구조조정은 핵심 기술인력을 잃는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회사는 "핵심기술 전수제도 등을 통해 숙련 기술인력을 양성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가 노사 갈등으로 계속 이어지면 향후 노사협상과 회사 측의 추후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 약정임금 40개월분·자녀 장학금…생산직 500여명 떠나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이 생산직 희망퇴직을 시행한 것은 1972년 창사 이래 44년 만에 처음이다.

희망퇴직 대상은 생산직 기장(과장급) 이상 가운데 근속 20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로 한정했다.

모두 500명가량의 생산직이 희망퇴직을 신청해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노조는 파악했다.

회사는 희망퇴직을 신청한다고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사부서 내부 심의를 거쳐 회사에 필요한 인력은 희망퇴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희망퇴직 신청을 해도 받아주지 않은 임직원 수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관련 5개사에서 동시에 이뤄진 사무직 희망퇴직에도 1천500명이 신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직의 희망퇴직 대상은 과장급 이상이었다.

생산직과 사무직 희망퇴직자를 위한 회사의 지원 조건은 동일했다. 퇴직 위로금은 약정임금의 40개월분(최대)과 자녀 학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퇴직 후에도 일정 기간 생계유지가 가능하도록 회사의 여력이 되는 한도에서 최대한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을 지급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노조 "스스로 무덤 파는 꼴" vs 회사 "노하우 전수·교육을 대비"

노조는 이번 생산직 첫 구조조정을 놓고 "조선업은 숙련된 노동인력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며 "생산현장에서 벌어지는 희망퇴직을 빙자한 구조조정은 20∼30년간 노하우로 다져진 핵심 기술인력을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회사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현재 현대중공업의 모습을 바라본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대책 없는 인력 구조조정은 멈춰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라며 "한 대학교수는 발주가 살아날 때를 대비해 핵심기술과 인력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노조와 생각이 달랐다.

현대중공업은 회사 내 고직급과 고연령자 비율이 높아 이번 희망퇴직에도 정년퇴직이 임박한 고직급자과 고연령자 중심으로 희망퇴직 신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수주 예상 등 경영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회사의 인력 운영과 경쟁력에 문제가 없도록 희망퇴직 규모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회사는 아울러 회사의 핵심 인력은 이번 희망퇴직 대상이 되지 않았고 이들의 희망퇴직 신청도 없었다며 기술인력 유출은 없었다는 견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년퇴직자가 많아지면서 2012년부터 핵심기술 전수제도와 직무역량 강화교육 등을 통해 숙련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등 고기능 근로자 유출에 따른 문제에 철저히 대비해왔다"고 밝혔다.

 

◇ 재취업 프로그램 가동…희망퇴직자 50% 참여

현대중공업은 또 모든 희망퇴직자가 재취업 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대비책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지난해 3월부터 퇴직자 전문 지원 조직인 생애설계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센터는 지난해 처음 실행한 희망퇴직에 이어 올해 또다시 이뤄진 희망퇴직 임직원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 희망퇴직자 가운데는 절반이 센터에 손을 내밀었다.

40시간에 이르는 생계지원교육 프로그램에는 재취업(14시간), 창업(8시간), 재무(4시간), 건강(4시간), 다양한 삶(5시간), 관계와 인식(5시간) 강의로 구분돼 있다. 일주일에 2차례, 하루 4시간씩 한다.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회사 측은 앞으로 경영 상황이 개선돼 계열사에 인력이 필요하면 센터에서 우선 퇴직자를 추천해주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9일 "재취업 또는 창업에 성공한 퇴직자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퇴직 후 목표를 달성한 퇴직자는 생애설계지원센터 강사로 활동할 기회도 준다"며 "지역 내 다양한 민간·공공 분야 단체나 기업체와 연계 서비스도 구축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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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6/11 10: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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