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 기자] 지난 5일(현지시간) 실시된 페루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77) '변화를 위한 페루인 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페루선거관리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나흘간의 개표 끝에 쿠친스키가 50.12%를 득표해 49.88%를 얻은 게이코 후지모리(41) 민중권력당 후보를 0.24%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쿠친스키는 당선 발표 직후 집앞서 대기중이던 취재진에 "해야될 일들이 많다"며 "여전히 집계가 공식적으로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거의 다가섰다"고 말한 뒤 선거 캠프로 향했다.
쿠친스키는 트위터에 "페루여 감사합니다. 국가 미래를 위해 함께 일해야 할 때입니다"라고 말했다.
페루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 쿠친스키는 세계은행 경제학자, 월가 금융기관 임원 출신으로 경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통'으로 중도 우파 성향의 친시장주의자다. 알레한드로 톨레도 집권 시절 재무장관에 이어 2005년 8월 총리에 발탁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10년 8.8%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세에 있는 페루의 경제성장률을 견인할 구원투수로 꼽혔다.
그러나 쿠친스키가 소속된 '변화를 위한 페루인당'은 전체 의석 130석 중 18석에 불과하고, 후지모리의 '민중권력당'은 73석에 달해 쿠친스키는 야당과의 '협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페루 최초의 부녀 대통령 탄생 가능성에 주목을 받았던 후지모리 후보는 지난 2011년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결선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녀는 지난 4월 치러진 1차 투표에서 40%에 달하는 지지율로 21%에 머문 쿠친스키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990년대 페루에서 독재정치를 편 후 인권유린 등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인 그녀가 당선되면 독재가 부활하는 것이라는 '반 후지모리' 여론에 발목을 잡혔다.
선거 막판에 측근의 마약범죄 연루 의혹이 불거지고 좌파 성향 전 대선 후보의 쿠친스키에 대한 지지 선언이 이뤄지면서 여론은 후지모리에게 불리하게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