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황재하 기자)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집이나 건물에 진입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이 위헌인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9부(황한식 부장판사)는 2013년 철도노동조합 파업에서 지도부를 체포하려는 경찰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로 기소된 김정훈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작년 6월 현행 형사소송법 제216조 1항이 수사기관의 권한을 지나치게 넓게 인정해 부당하다며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신청했다.

이 조항은 검사 또는 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경우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건조물 등에서의 피의자 수사, 체포 현장에서의 압수·수색·검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조항에서 영장주의의 예외로 언급된 '필요한 때'가 구체적이지 않고, 주거나 가옥 등에서의 '수색'이 아닌 보다 폭넓은 '수사'를 허용한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조항에 의한 수색은 사법적 통제 경계 밖에서 운용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법관이나 검사에 의한 최소한의 통제마저 벗어나 경찰의 판단만으로 (수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재판 심리가 끝난 상태지만 헌재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선고는 보류된다. 헌재가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 김 전 위원장의 판결 내용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2013년 12월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건물 현관에서 경찰관들에게 깨진 강화유리 조각 수십 개를 던진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당시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김 전 위원장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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