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형 기자]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의료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 가운데 동네의원들이 스스로 감염관리 감독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서울새로운내과, 늘편한내과 등 의원 10여 곳이 의사 1인을 포함한 직원들로 구성된 감염관리위원회를 설치했다. 의원급 병원들이 자체적인 감염관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법상 의원급 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감염관리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없지만, 자체적으로 위원회 구성인력 기준을 만들고 감염예방 점검항목과 회의록 양식을 공유한 것이다.

감염관리위원회 설치를 처음 시작한 이동훈 서울새로운내과 원장은 "그동안 개인의원들은 감염관리를 하고 싶어도 정해진 매뉴얼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며 "조직 구성 방법이나 감염예방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절차가 있으면 일차의료기관들도 감염관리 활동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감염예방 점검활동은 1년에 2회 시행하도록 주기를 정했다. 점검방법으로는 '예', '아니오'로 답변할 수 있도록 '손 소독제를 비치하거나 손을 씻는 공간을 확보한다', '일회용품은 재사용하지 않고 바로 폐기한다' 등 11개 질문항목을 마련했다.

실제 위원회를 설치하고 제시된 절차를 이용한 병원들에서는 감염관리 활동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김재홍 늘편한내과 원장은 "과거에는 간호사에게 감염예방에 신경 쓰라든가 일회용품은 사용하고 버려야 한다는 말을 전하는 것이 전부였다"며 "지금은 위원회 구성원들이 주기적으로 점검항목을 짚어가며 사용기간이 만료된 비품들을 폐기하고, 건강검진은 받았는지 확인을 하다 보니 직원들의 감염관리에 대한 책임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위원회 활동을 시작한 김형일 서울내과 원장 역시 "현실적으로 수행해야 할 항목들이 명확해 이해하기 쉽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직원들의 책임감뿐만 아니라 환자들은 신뢰감도 높인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재홍 원장은 "최근 황당한 사건들로 병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다 보니 주사기를 재사용 하느냐고 묻는 환자들이 생겨났다"며 "단순히 감염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보다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점검항목들을 준수하고 있다는 점이 환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법이나 제도의 규제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만든 관리감독이어서 개별 의원 상황에 따라 내용을 변동하거나 추가할 수 있는 융통성도 장점이다.

늘편한내과에서는 병원 내부 활동에서 나아가 시민위원을 선정해 실제 병원의 감염관리 상태를 환자가 직접 확인하는 방법을 마련했다.

홍종호 시민위원은 "신문이나 방송에 주사기 재사용과 문제가 계속 나오니 환자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며 "직접 주사기 관리 상태를 확인하고 쓰레기통까지 열어보고 나니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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