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기자] 최근 070 번호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로 햇살론을 안내한다며 대출 사기를 벌이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햇살론은 정부가 지원하는 서민 전용 대출상품으로 신용등급이 낮아 대부업체 등에서 연 30%에 가까운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저신용·저소득 서민에게 10% 안팎의 금리로 대출해 주는 서민대출 공동브랜드다.

하지만 요즘 이 햇살론을 빙자해 전화영업을 하는 사례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요즘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와 대출 상품을 안내한다고 말하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며 "대출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려는 보이스 피싱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햇살론이라는 이름만 듣고 '정부가 지원하는 상품이니 믿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정부의 햇살론 정책을 수행하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 관계자는 "먼저 전화를 걸어 햇살론을 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가까운 농협이나 신협, 저축은행 등에 찾아가서 상담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34세)는 최근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햇살론 지원단입니다. 대출 안내를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라는 자동응답기(ARS)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침 자금이 필요했던 박씨는 대출을 알아나 보자는 생각에 1번을 눌렀다. 그러자 전화가 끊기더니 서울 지역 번호가 찍힌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00햇살론입니다. 대출이나 대환이 필요하신가요?"

상담원의 말에 박씨가 대출을 받고 싶다고 하자 상담원은 3천만원까지 연 9.2%에 대출받을 수 있다며 정확한 대출 가능 금액과 금리를 알려면 조회기록이 남지 않는 가(假)조회를 해야 하니,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신용카드 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박씨가 개인정보를 알려주자 그는 "조회 후 전산 결과가 나오면 다시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약 30분 후 같은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지금도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금리가 높으니 신용등급을 올린 후 대출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상담원이 안내해 주는 캐피탈 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뒤 바로 상환을 하면 신용등급이 올라 더 싸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끊고 금융감독원 사이트에 들어가 알아보니 전형적인 대출 사기 수법이었다.

금감원은 정상적인 금융회사라면 신용등급을 올려주겠다며 다른 대출을 먼저 받으라고 하거나, 대출을 받기 전에 먼저 돈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으므로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씨의 사례처럼 신용등급을 올려주겠다며 대부업체에 대출을 받게 한 뒤 지정한 계좌로 다시 입금하게 해 돈을 빼가거나, 공탁금, 선이자, 보증·중개 수수료 등을 이유로 몇십만 원씩 입금을 강요하는 것은 100% 사기라는 것이다.

또 대출을 위해 개인정보나 계좌번호, 카드번호 등을 건네면 대출 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만약 대출사기범에 속아 돈을 보냈을 때는 즉시 112나 해당 금융회사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송금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사흘 안에 경찰서가 발급한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첨부해 해당 금융사에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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