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SNS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모지(emoji:그림문자)를 협박 또는 위협 의미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사례가 미국에서 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2세 소녀가 권총과 칼, 폭탄 모양의 이모지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가 학교를 위협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미국 버지니아 주 북동부 페어팩스의 시드니 라니어 중학교에 다니는 이 여학생은 지난해 12월 "화요일 도서관에서 만나"라는 글을 올리면서 아랫줄에 권총, 칼, 폭탄 모양의 이모지를 넣었다.

권총, 칼, 폭탄 모양의 이모지

이 학교 보안관은 여학생의 글을 학교에서 '일'을 벌이려는 의미로 읽었고 곧장 학생 조사, IP 추적 등이 이뤄졌다.

조사 끝에 글을 올린 사람은 밝혀졌고 해당 여학생은 다른 학생의 이름을 빌려 자신이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학교를 위협하고 컴퓨터를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여학생에 대한 첫 번째 소년법정 심리는 이번 달 말에 열린다.

지난해 뉴욕에서도 10대 청년 오시리스 아리스티(17)가 페이스북에 경찰과 권총 3개의 이모지를 올렸다가 협박 혐의를 받았다.

경찰에 대한 협박이라고 실제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지만 아리스티는 결국 기소되지는 않았다. 아리스티의 변호사는 사법당국이 권력을 남용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WP는 "인터넷 시대에 비공식 언어로 이모지와 이모티콘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모지가 협박이나 스토킹, 학대 등에 사용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사법부의 새로운 숙제로 등장했다고 전했다.

컨설팅회사 이디본의 공동창업자이자 언어학자인 타일러 쉬네벨렌은 "최근 몇 년 사이 이모지 관련 사건이 급증했다"며 "사법계는 새로운 문제를 마주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그림으로 이뤄진 이모지가 뚜렷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아 용처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하버드 법대 사이버법률 클리닉의 달리아 토벨슨 리트보 부원장은 "단어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모지의 뜻을 풀려면 상징과 이미지를 이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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