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고미혜 기자)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가 소두증뿐만 아니라 향후 정신질환을 앓을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과학자들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가 출생 당시 정상으로 보였다가도 나중에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지카 바이러스가 자폐증이나 조울증, 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 발병과 연관이 있는 다른 감염원들과 유사한 성질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은 유전적인 요인과 트라우마 등 여러 요인이 결합돼 발병하지만, 태아 상태에서 겪은 모체의 바이러스 감염도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감염면역센터의 W. 이언 리프킨 박사는 "지카 바이러스의 영향은 소두증 이상"이라며 "지카가 유행한 중남미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자폐증, 간질, 정신분열 발병이 급증해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신의학 전문의들도 리프킨 박사와 같은 비관적인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임신 초기 임신부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태아를 공격해 사망하게 하거나 뇌의 성장을 방해해 소두증을 유발하는 반면 태아의 뇌가 거의 형성된 후반에 감염되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상당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의 우르스 메이어 박사는 "상당히 공포스러운 일"이라며 "(지카 유행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신부가 풍진이나 헤르페스, 독감 등 바이러스나 톡소프라스마 곤디 등 기생충에 노출되는 것이 태어난 아이의 정신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최근 몇 년 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스탠리의학연구소의 E. 풀러 토리 박사는 1918년 스페인 독감의 대유행 시기에 태어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여동생 로즈메리 케네디가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을 지적하며,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유력한 원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1988년 핀란드 연구진도 1957년 아시아독감 유행 당시 태어난 아이들에서 정신분열증 발병률이 높았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카 바이러스와 여러 면에서 유사한 풍진의 경우도 1964∼1965년 유행할 무렵 2만 명의 신생아에게 청각·시각 장애 등을 유발했는데 그 중 1천800명은 후에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다.

풍진 전문가인 스탠리 플로트킨 박사는 "임신부의 혈액에 있는 어떤 바이러스도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지카 바이러스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브라질의 경우 경제위기 탓에 아동 정신질환에 대처할 역량이 부족하다며 국제사회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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