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김은경 기자) 경부고속도로 밑을 가로지르는 땅굴을 파서 송유관 기름 22억원어치를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수사 과정에서 지역 경찰관이 이들에게 수배 여부 등을 알려준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대한송유관공사 소유의 경유 등 기름 161만ℓ를 훔친 혐의(특수절도 등)로 정모(44)씨 등 6명을 붙잡아 정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9월 충북 청주 인근 경부고속도로 옆 컨테이너 야적장을 빌려 도로 건너편 송유관까지 깊이 2∼3m, 길이 70m짜리 땅굴을 팠다.

그러고는 11월까지 송유관에 구멍을 내 휘발유 75만4천700ℓ, 경유 84만3천900ℓ, 등유 2만500ℓ 등 총 161만9천100ℓ를 훔쳤다.

훔친 기름은 일당이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직접 팔거나 경기·충청권 주유소 등지에 팔아넘겼다. 이들이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21억9천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자금총책, 땅굴총책, 도유총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정씨는 자금총책이었다.

이들은 전문업체의 중장비를 빌려 땅굴을 파는 등 범행 준비 자금으로만 7억∼8억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송유관에는 송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동감지센서와 유종 감별기, 유압계 등을 달았고 땅굴 내부에는 전기시설, 환풍기, 배수시설, 폐쇄회로(CC)TV 등을 설치했다.

또 수사 기관의 추적을 막으려고 훔친 기름을 운반할 때 승용차를 유조차 앞뒤에 배치해 호위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유조차를 미행했는데 유조차 뒤에 달리던 승용차가 일부러 접촉사고를 내서 그 틈을 타 유조차가 달아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뒤를 봐준 경찰관도 있었다.

이 지역 경찰관인 김모(45)씨는 도유총책 이모(40)씨의 부탁을 받고 이들 일당의 수배조회를 해주는 등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기름 절도에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현재 내부 감찰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도유총책 이씨와 땅굴총책 김모(45)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은 "고속도로 밑에 땅굴을 파면 지반이 내려앉아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고 기름을 빼내는 과정에서 폭발이나 화재 등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며 "대한송유관공사, 한국석유관리원 등과 협업해 관련 범죄를 계속 단속하고 범죄수익은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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