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강건택 기자)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중남미를 넘어 아시아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로 더욱 높아진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인구가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계심을 높이는 분위기다.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국 남부 일대에는 지카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서식하고 있어 겨울이 지나 날씨가 풀리면 이들 지역에서도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

동남아 일대에 서식 중인 아시아산 흰줄숲모기 역시 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는 뎅기열 유행 지역을 따라 퍼질 우려가 큰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사는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 중남미가 이와 같은 뎅기열 위험 지역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이미 최소 작년 초부터 지카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나타나 비상이 걸렸다.

인도네시아의 유명 연구기관인 에이크만분자생물학연구소는 최근 외국 여행 경험이 전혀 없는 감염자를 확인했다.

이 감염자는 수마트라섬 잠비 주에 거주하는 27세 남성으로 연구소가 뎅기열 증세를 보인 환자들의 혈액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감염 사실이 발견됐다.

감염자의 혈액은 지난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 사이에 연구소가 채취한 103개 혈액 샘플에 포함돼 있어 최소 작년 초부터 지카 바이러스가 돌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감염자는 중남미 감염자들과 달리 오히려 뎅기열에 가까운 증상을 보여 뎅기열로 혼동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동남아에 많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과거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있었던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의 나라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싱가포르 보건부와 환경청은 지난달 말 성명을 내 "인근 지역의 지카 바이러스 분포 상황이나 관광객 입국 규모를 볼 때 바이러스 유입은 피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도 지난달 29일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겨울철이어서 바이러스가 유행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제하면서도 여행객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자국 내로 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관계자는 블룸버그 통신에 "중국에 바이러스가 들어올 위험은 상당히 높다"며 이집트숲모기가 사는 남부 지역과 일부 해안 지역을 위험지로 꼽았다.

홍콩대학에서 감염병을 연구하는 벤 코울링 교수도 "우리 지역에 바이러스가 유입될 것이라는 사실은 피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 남부 광둥성은 현재 남미에 파견된 근로자들이 다음주 음력설인 춘제 명절에 대거 귀국할 것으로 보여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은 중남미 등 지카 바이러스 유행지역으로 임신부의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바이러스 유입에 대비한 경보체계를 가동한 중국은 이미 핵산을 이용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약을 개발했고, 보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진단과 치료 방법을 교육 중이다.

홍콩과 대만은 지카 바이러스를 법정 신고대상 질병 또는 법정 전염병으로 각각 지정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나섰다.

베트남 보건부는 국경 관문에 검역소를 설치해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서 온 여행객을 집중 감시하고 의심 증상이 있으면 격리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태국과 싱가포르 정부도 공항과 항만 등에서 의심 환자가 들어오는지 철저히 감시 중이다.

필리핀 등은 매개체인 모기 박멸에 주력하고 있으며, 인도는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사태를 모니터링할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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