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주호 특파원) 한국과 일본이 군 위안부에 대한 책임문제를 타결지은데 대해 또다른 피해국인 중국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중국 학계와 민간기구에서 이번 한일 협상 타결을 모델로 삼아 정부 차원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중국 대륙에는 일본 침략시기 20만명의 군 위안부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현재 24명의 생존자가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하이난(海南)성까지 중국 전역에 남아있다. 생존자들의 평균 연령은 90세다.

중국의 위안부 전문가인 쑤즈량(蘇智良) 상하이사범대 교수는 29일 홍콩 봉황(鳳凰)TV에 출연해 "이번 한일 위안부 협상타결은 중국 등 주변국에 계시를 주는 측면이 있다"며 "한국식 해법을 따르는 것을 중국 정부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쑤 교수는 "한국 정부와 민간기구는 지난 20년간 일본에 대해 협상을 통한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요구해 결국 성사시켰다"며 "위안부 생존자들의 연령을 감안해 중국 정부도 전면에서 조속히 협상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를 찾아다니며 증언 채록 활동을 벌여왔던 쑤 교수는 생존자 대부분이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마지막 소원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내에서 '법적 책임' 문제를 모호하게 비켜가고 일본의 지원금 성격에 논란의 여지를 남긴 점 등을 놓고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대체로 이번 협상이 위안부 문제에서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의 움직임에 앞서 대만에서는 한일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적으로 일본측에 대만의 위안부 여성 관련 협상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본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엘리너 왕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조만간 일본 주재 자국 대표부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일본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일본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책임을 재차 거론하기만 했을 뿐 대일 협상을 통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선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위안부 강제징용은 일본군국주의가 2차 대전 중 아시아 국가 등의 인민들에게 저지른 반인도적 죄행"이라고 비난하며 "관련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번 한일 협상타결로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서 앞으로 한중간 공조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초조감도 읽힌다.

중국은 그동안 일본에 대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배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 또는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위안부 관련 자료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 하거나 일본군 위안소 유적지를 보존하고 위안부 기념관을 개설하는 등 압박을 가해왔다. 그러면서 일본과 외교관계가 경색될 때 정치적 이슈로 활용하려는 모습도 보여왔다.

이는 전후 배상에서 일본과 일괄 보상 방법을 채택한 한국과 달리 중국이 1972년 일본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중일 양국 국민의 우호를 위해' 일본에 대한 전쟁배상 청구권을 포기한다고 선언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일본은 이에 따라 협정서에 기재된 대로 국가 차원의 모든 배상문제가 종결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중국인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노동자, 일본군이 남긴 독가스 처리 문제 등 전쟁배상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이라며 개별 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중국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개별적으로 일본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번 한일 협상 타결에 자극받아 중국 정부가 대일 협상을 요구하고 실제로 중일 정부간 협상이 벌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으로선 중국 견제용 카드로 한일 위안부 협상에 합의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도 일본과는 난징(南京) 대학살 등 수많은 난제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만을 놓고 협상을 벌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역사 문제에서 만큼은 일본에 대해 도덕적 우위에 서서 정치적 압박 카드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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