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김화영 특파원) 미국에서 바퀴벌레를 닮은 '키싱버그(kissing bug)'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트리아토마 빈대'로 불리는 2∼3cm 길이의 이 벌레는 '샤가스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을 인체에 감염시킬 수 있는데, 미국의 27개 주(州)로 퍼진 것으로 조사됐다.

중남미에서 유래된 이 벌레는 1940년대부터 조지아, 애틀랜타 등 남서부에서 주로 발견됐으나 최근 텍사스 주에서도 확인됐고, 펜실베이니아 주에까지 상륙한 것으로 미뤄 '북상'이 예상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5일(현지시간) 이 벌레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이 벌레는 야행성이다. 포유류의 피를 흡입하는데, 밤에 자고 있는 사람의 입·코 주위를 주로 물기 때문에 '키싱버그'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벌레의 절반 정도가 샤가스병을 일으키는 트리파노소마(Trypanosoma Cruzi) 기생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싱버그에 물리는 것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도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트리파노소마 기생충에 감염된 키싱버그에 물리고, 벌레가 배설까지 해서 물린 상처가 감염될 경우, 샤가스병 감염 확률이 커진다.

샤가스병 감염자는 발열과 피로, 무력감, 구토, 식욕부진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겪으며, 정도가 미미하면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내기도 한다.

그러나 감염자의 20∼30% 정도는 호흡곤란, 가슴통증, 심장과 장기의 합병증으로 고통받거나 드문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약이 나와 있으며, 방치하지 말고 치료받을 것이 권고되고 있다.

이 벌레는 또 사람 뿐 아니라 애완동물도 공격한다.

샤가스병은 중남미 국가에서 800만 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특히 벌레가 흑벽의 갈라진 틈, 초가지붕 등에 살다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등 농촌 지역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 많은 피해를 냈다.

미국에서는 30만 명이 이 질병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 외국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CDC는 이 벌레의 활동이 활발한 시기는 늦여름∼초가을이며, 일단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하기 때문에 창문, 벽, 문 옆의 틈을 막으라고 권고했다.

또 키싱버그를 보면 손발을 이용해 잡지 말고, 밀폐용기를 덮어 안으로 들어오도록 한 뒤 알콜을 붓거나 냉동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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