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르본대 앞에서 묵념하는 대학생들

(연합뉴스=박성진 특파원) '땡, 땡, 땡'. 16일 정오(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 소르본대학 앞.

학교 종소리에 맞춰 1분간 파리 연쇄 테러 희생자를 추도하는 묵념이 진행됐다.

소르본대학 밖 광장을 가득 메운 수백 명의 대학생, 학교 직원은 일제히 침묵했고 평소 분주한 시내도 고요함에 젖어들었다. 일부 여대생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긴 1분이 끝나고서 군중 가운데 누군가의 입에서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가 흘러 나오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이를 따라 불렀다.

"적군이 우리 아들과 아내의 목을 베러 온다. 무장하라 시민이여, 군대를 조직해 행군하자. 그들의 더러운 피가 우리 경작지를 적시도록"이라는 국가 가사의 울림은 예사롭지 않았다.

파리 테러로 130명가량의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로 들렸다.

▲ 테러 이후 16일 파리 샹젤리제 거리 모습

이 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마뉘엘 발스 총리와 장관들과 함께 소르본대학을 찾아 묵념했다.

바타클랑 공연장 등에서 일어난 파리 연쇄 테러로 젊은이들이 많이 숨져 올랑드 대통령이 특별히 대학을 찾아 추모한 것이다.

13∼14일 테러 이후 완전히 멈춰선 프랑스 사회는 다시 힘겹게 일상을 되찾고 있었다.

추가 테러 우려로 폐쇄됐던 학교와 루브르박물관 에펠탑 등은 다시 문을 열었고 학생과 직장인들도 집을 나섰다.

그러나 테러의 영향은 곳곳에서 느껴졌다.

이날 오후 찾은 파리 시내 샹젤리제 거리에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파리 최고 번화가인 샹젤리제의 유명 화장품 가게나 옷가게, 호텔 등은 문을 열었지만,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샹젤리제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한 한국인 회사원은 "샹젤리제 관광객이 테러 이전과 비교해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특별한 점이다"라고 말했다.

샹젤리제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임성훈 씨는 "테러 이전에 여행을 왔는데 테러 소식을 듣고 너무 무서워 어제는 거의 호텔에만 있었다"면서 "가족, 친구로부터 안부 전화도 많이 받았다"고 소개했다.

샹젤리제에는 무장한 경찰들이 3인 1조로 관광객 사이에서 순찰하고 있었다.

테러 이후 문을 닫았던 에펠탑은 이날 오후 1시에 다시 문을 열기로 했으나 개장 시간을 몇 시간 연기했다.

닫힌 에펠탑 문 앞에 서 있던 터키인 바이발스 두즈데미르 부부는 "테러가 일어나기 전 입장권을 예약했다"면서 "개장 시간이 늦어져 어쩔 수 없이 환불을 해야겠다"고 아쉬워했다.

평소 관광객으로 빼곡히 차 있는 에펠탑과 그 주변 광장도 이날 오후에는 관광객들이 급감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 에펠탑에서 순찰하는 무장 군인

관광객의 빈자리 때문에 무장 경찰과 군인의 모습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그러나 파리 시민과 관광객을 가리지 않고 테러에 굴복하지 말고 용감하게 일상을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소르본대학 철학과 석사 과정에 다니는 지미 드구르트 씨는 "테러범들이 원하는 게 프랑스 국민이 불안에 떠는 것이다"면서 "무섭지만, 테러범에게 굴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에펠탑에서 만난 두즈데미르 부부도 "테러로 에펠탑 방문하는 게 두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불안했지만, 테러범들이 원하는 게 그런 두려움이다"면서 "결코 테러범들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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