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김지헌 기자)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기성 금융체제에 불신을 드러냈다고 AP통신과 블룸버그 등이 2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미국 CBS 방송의 심야 토크쇼인 '레이트 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됐을 때 또 경제 위기가 와서 은행들이 어려워지면 망하게 둘 것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그렇다'(yes)는 답을 다섯 번 더 반복하며 소신을 강조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그는 "금융 시스템, 특히 월스트리트에 대한 고삐를 쥐고 있어야 한다. 월스트리트는 우리가 겪었던 경제 문제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장관과 사회자가 말한 '경제 위기'와 '경제 문제'는 2008년 미국 금융 위기를 뜻한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위기에서 씨티그룹 등 초대형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자 당시 미국 정부는 은행권에 구제금융을 제공해 사태를 진화했다.

평소 소득불균형 해소, 여성임금 향상, 학자금 융자 개혁, 유상 가족휴가 장려, 육아지원 확대 등 경제적 취약계층 보호를 주장해온 클린턴 전 장관이 은행 등 금융 기득권에 대한 지원에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2008년 위기가 재현되더라도 대형 은행에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은 클린턴 전 장관이 가진 경제적 견해의 결정체"라고 평가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대마불사'도 없을 것이라고 미리 선을 그었다.

그는 "만약 망하게 두기에 너무 큰 은행이라면 분리돼야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3일 미국 버지니아 주 대중 유세에서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속에서 정권을 출범시킨 오바마 행정부는 오랜 과정을 거쳐 우리 경제를 살려내고 월스트리트를 개혁했다"며 개혁적 노선을 계승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어 클린턴 전 장관은 사회자가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외과의사 출신 보수논객 벤 카슨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일하게 될 것 같으냐고 묻자 "두 사람은 다른 사무실에 있을 것 같다"고 농담으로 응수했다.

아울러 클린턴 전 장관의 대통령 당선은 (남편인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재임했던) '1990년대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꼬집자 "나는 남편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3번째 당선을 위해 출마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나의 첫 대통령 도전"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사회자는 토크쇼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살리고자 클린턴 전 장관의 여학생 시절 사진을 화면으로 공개하며 "저런 옷차림은 핼러윈 복장으로 안성맞춤"이라며 "시청자 여러분이 힐러리 전 장관의 학생 때 모습대로 차려입으면 공화당원 친구들을 공포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클린턴 전 장관도 "내 선거참모들이 저 자신을 토크쇼에 제공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면서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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