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임화섭 기자) 화성에 액체 상태의 물이 개천 형태로 지금도 흐르고 있음을 보여 주는 강력한 증거가 발표됐다.

이 발견은 화성에 외계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앞으로 인간이 화성에 살 수 있게 될 가능성도 보여 주는 것이어서 매우 주목된다.

이에 따라 2020년 화성 탐사선을 보내 화성 표면에 착륙시킨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2020 로버 미션'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화성 표면에 흐르는 물이 존재했던 흔적이 있다는 점은 2000년에, 얼음 형태로 물이 존재한다는 점은 2008년에 각각 밝혀졌으나, 액체 상태의 물이 지금도 흐른다는 증거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ASA는 현지시간 28일 오전 11시 30분(한국시간 29일 0시 30분) 워싱턴DC의 본부 청사에서 1시간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조지아 공과대학의 박사과정 대학원생인 루젠드라 오지하와 애리조나대의 앨프리드 매큐언 교수 등 이번 연구를 주도한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은 화성 표면에서 상대적으로 따듯한 일부 지역에서 계절에 따라 어두운 경사면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런 지형을 RSL(Recurring Slope Lineae)이라 칭했다.

 

RSL은 폭이 5m 내외, 길이가 100m 내외인 가느다란 줄 형태이며 영하 23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생겼다가 그 아래로 온도가 내려가면 사라지는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진은 콘크리트가 물을 머금으면 색깔이 진해지지만 물이 마르면 색이 옅어지는 것처럼, 어두운 경사면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RSL 현상도 물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해왔다. 하지만 그간 명확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오지하와 매큐언 교수 등 연구팀이 화성 주변을 도는 화성정찰위성(MRO)에 장착된 분광계를 이용해 RSL에 염화나트륨과 염화마그네슘 등 염류 성분을 확인하면서 이 염류가 물을 흐르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분광계는 태양으로부터 반사되는 빛의 스펙트럼을 통해 행성 표면이나 대기의 성분을 분석하는 장비다.  

그러나 MRO에 장착된 분광계가 카메라만큼 정밀하지는 않은 탓에 처음에는 면적이 좁은 RSL 지형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았고, 신기술을 고안한 끝에야 성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오지하는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물은 우리가 아는 생명에 필수적"이라며 "오늘날 화성에 액체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천체생물학적, 지질학적, 수리학적 함의가 있으며 미래의 인간 탐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류 성분이 물을 액체 상태로 흐르게 하는 것, 즉 화성에 '소금물 개천'이 흐를 수 있는 원리는 눈이 오면 길을 녹이려고 염화칼슘을 뿌리는 것과 똑같은 과학적 이치로 설명할 수 있다.  

화성의 온도와 기압이 낮기 때문에 그냥 순수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물에 나트륨이나 마그네슘 등 염류가 녹으면 어는점이 내려가고, 따라서 화성의 낮은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를 수 있게 된다.

화성에는 40억년 전에 큰 바다가 있었으나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기후 변화로 표면에서 물이 대부분 사라졌다. 

우주인 출신이며 NASA 우주 탐사계획국 차장인 존 그런스펠드는 "우리의 화성 탐사는 우주의 생명체를 찾아 '물을 따라가는 것'이었는데, 이제 우리가 오래 의심해 왔던 바가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게 입증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중요한 진전"이라며 "소금물이긴 하지만 물이 화성의 표면에 오늘도 흐르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물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앞으로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5년 전 RSL을 발견해 과학계에 보고한 데 이어 이번 논문의 제1저자 겸 교신저자를 맡은 오지하는 크게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단 주변의 습도가 올라가면 염류가 주변의 물기를 빨아들여 스스로 녹는 조해성을 지니고 있어서 생기는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또 표면 아래에 얼음의 공급원이 있어서 이것이 염류와 접촉한 상태에서 온도가 올라가면 녹는 것일 수도 있다. 아울러 화성의 지면 아래에 물을 품고 있는 층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내용은 28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됐다.

NASA가 주최한 발표 기자회견은 인터넷과 NASA TV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으며 전화 회의 참여 기회도 사전에 등록한 언론매체 기자들에게 제공됐다. 주최 측은 일반인들로부터 #AskNASA라는 해시태그를 이용해 소셜 미디어로도 질문을 받았다.

발표 기자회견에는 NASA 본부 행성과학국장 짐 그린, NASA 본부 화성 탐사 프로그램 연구책임자인 마이클 마이어, 캘리포니아주 모펫 필드에 있는 NASA 에이미스 연구소 연구원이며 GIT 대학원생인 메리 베스 빌헬름 등이 참여했다. 학회 참석차 유럽에 출장 중인 오지하와 매큐언 교수는 프랑스 낭트에서 전화회의 방식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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