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어제(20일) 오전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행사’(전승절)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이번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첫 번째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북한군은 이 날 오후 4시께 돌연, 경기도 연천 파주 일대 서부전선에서 포격으로 군사적 도발을 일으켰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 됐다.

정치권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냈으며, 여당측은 우리 군의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에 긍정적인 평가를, 야당측은 엄중한 상황 통제 요구를 발표했다.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도발 이후부터 지금까지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1’을 발령 중이다. 북한 김정은은 20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군인들에 '완전무장'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자, 박 대통령은 전승절 참석여부를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초 박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핵심은 열병식까지 참관을 하느냐 여부였다. 중국의 전승절 초청을 받아 참석하는 것이니만큼 전승절 행사의 핵심인 열병식 일정까지 소화해 방중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열병식은 빠지고 열병식 이후의 리셉션만 참석하는 것은,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만 하고 돌아오는 격이어서, 힘들여 중국을 방문한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열병식 자체가 ‘신형대국관계’를 기조로 동북아 외교 지형의 새판을 짜려는 중국의 의도가 있고, 이에 따라 미국과 미국 동맹·우방국이 불참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세다. 우리 외교의 중심축이 한미동맹인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의 대표가 서방진영의 대표가 될 수 있는 셈이어서 중국의 열병식 참석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20일 “박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9월 2일부터 4일까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9월 4일에는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일정 상으로만 보면, 열병식은 3일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이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성루에서 사열한 뒤 기념 연설을 한다. 시 주석은 전승기념일 특성을 살려 항일전쟁을 겪었던 노병들에게 기념 훈장을 수여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낮 12시 30분부터는 광장 옆 인민대회당으로 자리를 옮겨 축하 사절단을 위한 리셉션을 진행한다.

이렇게 시간과 장소를 분리해 두기는 했지만, 열병식에 초점을 두고 있는 중국 전승절 행사인데다, 박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2일부터 4일까지인만큼 열병식 불참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주철기 비서관은 “열병식 관련 상세 사항은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으며, 박 대통령도 열병식 참석 가능성을 열어두고 막판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중국 방문 기간 중에 시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연내 개최 등 양국 현안에 대한 논의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사실상 준전시상태로 돌입한 상황에서 이 후의 상황 컨트롤 여부에 따라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여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이어진다면 국군최고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참석을 약속했지만 이번 북의 추가 도발로 어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실제로 북한이 도발을 중지하지 않고 계속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9월초 대통령의 방중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전쟁 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통령이 자기 나라를 지키고 않고 출국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 의원은 북한 사격 도발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 "박 대통령의 방중을 간절히 바란다면 과거 긴장이 고조될 때 취했던 태도처럼 남북 양비론을 취해선 안된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명확히 규탄하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못하도록 실질적인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북의 도발에 미국은 “한국의 방어를 확고하게 책임지겠다”, 러시아는 “무력충돌은 자제해야 한다”고 입장을 각각 밝혔으나, 중국은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태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21일) 예정됐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청와대에서 북한 포격 도발과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일정을 취소하게 된 것은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결의”라며,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고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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