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내년 4월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도 개편안에 여야간 접점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비례대표 수와 공천제도의 문제점 극복을 위해 마련한 대책들로 인해 당내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19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하위 20%는 내년 총선에서 배제하겠다는 이른바, 물갈이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위는 “100% 외부 인사로 꾸려지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지지도 여론조사(35%), 의정활동·공약이행(35%), 선거 기여도(10%), 지역구 활동(10%), 다면평가(10%·의원 간 상호평가) 등으로 지역구 의원들을 평가한 뒤, 이 중 하위 점수를 받은 20%를 공천에서 탈락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129명(지역 118명, 비례 21명) 중 25명 이상이 내년도 공천에서 배제된다.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의 경우 현역 25%를 탈락시키는 룰을 적용해 40% 이상 물갈이에 성공했다.

문재인 대표는 혁신안에 대해 "일부에 불이익이 가해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혁신안이) 특정 지역(호남)이나 다선 의원을 자의적으로 물갈이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혁신안 의결을 위해 20일 열릴 당무위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새민련 소속 전남 지역 전체 의원 10명은 이 날 저녁 회동을 갖고, “민주성도, 개혁성도 없는 공천안”이라며 당무위에서 보류시킬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박지원 의원 등은 "우리가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왜 당 밖 인사들이 우릴 평가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준다’며,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를 주장하고 있는 새누리당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선, 중진 의원들의 자발적인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한구·강창희 의원에 이어 김태호 최고위원까지 최근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한 상황이며,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당 지도부가 주도하는 물갈이가 아닌, 영남지역 중진 의원들의 ‘용퇴론’이 당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다. 김무성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방침에 따라 ‘경선 경쟁력’이 크게 뒤처지는 일부 의원들의 불출마 행보도 예상된다.

공천 주도권에 대한 친박계와 비박계가 정면충돌하면서 계파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비박 중진인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우리 당은 지난 4월 오픈프라이머리를 당론으로 채택한 바가 있다”며 “우리가 모두 동의한 제도를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해서 반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최근 일제히 오픈프라이머리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친박 핵심 의원들을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이정현 최고위원은 “(오픈프라이머리 논의를) 계파간 싸움으로 보는 것은 오해”라면서도,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경우 역선택, 저조한 참여율, 실시 비용 등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문제들을 보완해 나가자는 의견을 이야기하면 안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적 친박계 인사인 청와대 정무특보 윤상현 의원과 이정현 최고위원, 홍문종 의원 등은 최근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친박들로서는 김무성 대표가 추진하려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실행되면 차기 공천권 행사에서 청와대가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어 친박계의 입지도 그만큼 약세에 놓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내년 선거 공천을 놓고 비박계와 친박계,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의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그동안 청와대와 갈등을 빚을 때마다 대체로 청와대 뜻을 따랐던 김 대표가 이번 공천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둘러싼 당내 논란에 대해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점을 보완할 방안은) 현재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야당의 혁신안이 진정한 ‘공천개혁’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논리와 함께, 오픈프라이머리야말로 계파나 지도부 입김에 좌우되지 않는 공천개혁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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