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어제(11일) ‘청년일자리 연간 1천개 확장’을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선언했다. 이전부터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에서 노조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요구한 적은 있지만, 41개 계열사 15만여명의 직원 모두에게 이를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을 노측에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노동조합 등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한다. 따라서 사측은 회사별로 근로자대표(노동조합 등)와 적용범위 및 방식을 협의해야 한다.

약 8만명 규모의 현대기아차 노조측은 이 날 사측의 발표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미 사실상 정년이 60세 인데다, 임금피크제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추가적인 제도도입에 대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이날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열린 올해 임금 단체협상 16차 교섭에서 “노조가 통상임금 확대를 사회적 추세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임금피크제도 사회적 추세”라며 임금피크제 도입 논의에 불을 당겼다.

이에 대해 노조는 “현대차가 공기업보다 먼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처럼 임금피크제 도입은 결국, 노사 협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00대 기업의 70%가 연말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단일 사업장 최대규모의 노조원을 보유한 현대자동차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그룹의 임금피크제 도입 결정 및 노사협의사항은 여타 그룹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노조 합의를 거쳐 내년 임금피크제 도입에 성공하면, 연공서열 중심의 국내 노동시장과 산업계에도 적잖은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어제 현대차그룹의 발표에 여당 수뇌부는 12일 ‘대환영’ 의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 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현대차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고용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를 먼저 뽑아서 기업에 기여한다고 생각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솔선수범을 강조한 셈이다.

이어 “노동개혁은 노사정과 국민 모두의 힘을 합쳐야 이뤄낼 수 있는 만큼 기업도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며 “노동계도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복귀한 만큼 대화 테이블로 나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현대차 그룹이 노조와의 원만한 협상을 통해 임금피크제 실시에 좋은 표본이 되는 사례가 됐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 선진화도 대기업,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부모와 자식 세대간 제로섬 게임이 아닌 윈윈(win-win)하는 일자리 창출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은 노사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한국노총도 조속히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청년들에게 취업의 꿈과 미래를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위원장 이인제)도 노사정위원회 재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오전에는 청년단체 대표와 취업정보회사 임원, 대학 취업지원처 교수, 고용노동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청년 취업 애로사항과 청년고용 현황 등을 논의한다.

13일 오전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및 중소기업중앙회 대표·임원, 고용노동부 관계자 등과 함께 간담회를 갖고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관련한 경영계의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다. 청년구직자 및 재계와 각각 간담회를 갖고 노동개혁과 관련한 본격적인 의견수렴에 나선다.

노동특위는 이어 다음 주에는 민주노총과도 간담회를 갖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과의 대화를 통해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한편, 지난 10일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 김대만 위원장을 만나 한국노총의 요구사항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비정규직 보호, 청년일자리 등 노사정에서 다룰 다른 사안들도 많은 만큼, 정부가 진정으로 노사정 대화 재개를 원한다면 두 사안(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을 의제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측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사퇴를 발표한 김대환 위원장이 복귀했다”며, 노사정위원회를 ‘파산한 기구’로 보는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정부와 사측의 발빠른 움직임에도 여전히 노동계가 위원회 복귀를 주저하면서, 노동구조의 불합리한 틀은 변화의 시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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