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동개혁에 이렇다 할 명분을 세우지 못했던 야측이 ‘재벌개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불거진 롯데그룹의 2세 경영 승계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양상으로 언론에 드러나면서 ‘친일기업비난’ ‘불매운동’ 등의 움직임이 보이자 곧 바로 재벌개혁으로 맞대응하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사태에 대해 “한국경제의 모순은 노동이 아니라 재벌지배구조와 가족경영, 상속경영임이 최근 일련의 사태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벌의 지배구조와 순환출자 황제경영이 문제였다면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혁하고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이사의 경영을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제력 집중을 막으면 된다”며, “행정부와 여당은 당장 경제민주화 시즌 2 혹은 재벌개혁에 대한 공동의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여야 의원 모두가 롯데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최 의장의 이날 발언은 노동개혁에 맞서 재벌개혁을 반격의 카드로 꺼내들고 새누리당과의 협상에 임할 것임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른 뒤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표적인 재벌개혁 관련법은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뿐 아니라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벌 그룹은 과거 창업주가 경영할 때는 집중력 있는 리더십이 장점이었지만 이제 2세, 3세로 넘어오면서 그 장점은 사라지고 제왕적인 경영 행태만 상속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런 방식의 경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주와 친족이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벌기업의 구조가 한국경제 발전을 견인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제왕적인 경영행태’로의 변형을 우려한 것이다. 일본에서 창업한 롯데그룹 역시, 대형 자본을 유치하고자 하는 우리정부측 요구로 한국에 뿌리내리게 된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의 경제활동과 소수 재벌들의 족벌경영이 맞물려 있다는 상황 때문에 ‘반재벌정서’가 커져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이인제 위원장은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의 재벌개혁 논의 제안에 대해 “사회적으로 시끄러운 롯데 문제 등 경제민주화 구조적 문제는 더 큰 개혁이 필요한 분야”라며 “그것 때문에 시급한 과제를 섞어서 (노동시장 개혁을) 표류시키면 안 된다”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롯데 사태는 기본적으로 집안 문제이고 비상장을 선호하는 일본식 기업문화로 인해 사안이 커진 것”이라며 “한국 재벌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논란 중인 롯데그룹의 롯데쇼핑이 최근 6년동안 고용창출 1위 기업이다. 경영권 승계로 다툼을 벌이고는 있지만, 기업 경영성과를 별개로 봐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쇼핑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종업원 수가 14,536명 증가했다. 이마트는 최근 3년간 13,446명, 삼성전자는 최근 1년간 3,597명이 각각 늘어 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기업의 신규 고용 속도가 전반적으로 빠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전경련은 ‘2015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논평을 통해 “하반기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한 구조개혁을 가속화하고 지지부진한 규제개혁을 서둘러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 경제계도 투자, 고용을 계획대로 충실히 이행하고 창조경제 구현을 통해 저성장 위기극복에 적극 동참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독일 전 하르츠위원회 귄터 슈미트 베를린 자유대 명예교수와 얀 베르너 포스담대 교수는 한국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해 “국회는 어쩔 수 없이 표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어 개혁작업이 더뎌진다”며 “국회를 제외하고 노사정 간에 합의를 도출한 뒤 국회는 입법화로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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