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진진으로 주민을 위해 설치된 피난처

[뉴스파인더 김은정 기자] 네팔 대지진 발생 나흘째를 맞아 구조와 수색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사망자 수도 4천명을 넘어 빠르게 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구호대원은 물론 군부대까지 잇따라 파견해 지원의 폭을 넓히고 있지만, 더딘 구조 작업에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AP와 AFP 통신은 28일 네팔 내무부를 인용해 네팔에서만 4천10명이 숨지고, 7천18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인도(61명)와 중국(25명) 등 이웃 나라에서도 90명 이상이 사망한 것을 합산하면 총 사망자 수는 4천100명을 넘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지진 사망자가 4천20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수색 작업이 활기를 띠면서 역설적으로 사상자 통계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특히 생명 유지가 가능한 '골든 타임'인 지진 후 72시간이 임박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네팔 정부의 재난관리 책임자인 라메쉬워 당갈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구조대원들이 수도 카트만두 외곽의 마을에도 접근하게 되면 사망자 수는 크게 뛰어오를 수 있다"며 "각 지방으로부터 정보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진앙지인 고르카에서 가옥의 70%가 부서져 200여명의 사망자와 수천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싱글라 지역에선 건물의 75%가 무너지고 아직 통신이 두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네팔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육군 10만여명을 동원해 수색과 구조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그디쉬 포크렐 육군 대변인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육군의 90%를 수색과 구조에 투입했다. 생명을 구하는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카트만두에서는 네팔 군부대와 인도에서 파견한 구조팀이 무너진 3층 건물에서 7명의 생존자를 구해내기도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국제 사회의 지원 폭도 확대되는 추세다.

네팔에 100만달러의 긴급 구호자금을 보낸 미국은 900만달러를 추가해 총 1천만달러를 지원키로 하고, 구조요원과 구호품을 실은 두 대의 공군 수송기를 투입했다.

대지진 당시 네팔에서 합동훈련 중이던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요원 26명도 그대로 남아 에베레스트 등 산악 지역에서 구조 작업에 동참키로 했다.

영국은 네팔 출신 구르카 용병 수십명을 고국으로 보내 구호 작업을 돕도록 하는 한편 대형 수송기를 통해 1천개 이상의 구호 키트를 보낼 예정이다.

일본도 800만달러의 구호자금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구조 활동을 도울 자위대원 110여명을 파견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러시아, 프랑스, 스위스, 싱가포르의 의료·구조팀이 금명간 네팔에 도착할 예정이며,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 40명도 곧 파견된다.

그러나 지진과 산사태에 따른 도로 붕괴, 전력과 통신망 불안, 열악한 현지 인프라 등의 장애로 구조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도 국가재난대응팀의 O.P. 싱 단장은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트만두의 골목길이 좁아 중장비가 통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에 몇 주가량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음식, 물, 의약품, 담요 등의 구호품도 카트만두 공항이 워낙 혼잡한 탓에 원활하게 이재민들에게 공급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주택 붕괴와 여진 공포로 사흘 밤을 거리와 광장, 운동장 등에서 노숙하며 지낸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집을 잃은 이재민은 네팔 전역에서 최소 수십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카트만두 시민 아닐 기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직접 맨손으로 잔해를 치워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진의 폐허 속에서 아들을 출산한 교사 프라비나 마이날리는 AP 통신에 "아이와 가족이 집에 있어야 하는데 여진이 두렵다. 차라리 거리의 천막이 덜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한편 650여명으로 추산되는 우리 교민들도 여진 우려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적게는 몇 가구에서 많게는 몇십 가구씩 가까운 공터에 모여 천막 신세를 지고 있다.

카트만두에 사는 교민 강원희(82)씨는 연합뉴스에 "지진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까 대피해 나와 있다"면서 "비가 와서 텐트 안에 물이 스며드는 바람에 고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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