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여야가 합의한 소위 ‘국정원개혁특위 관련법 개정안’은 ‘국가보안법 무력화(無力化)’로 요약된다. 권영해, 김승규, 김성호 등 전직국정원장 9명은 28일 성명을 통해 이를 “축소ㆍ해체를 위한 국정원 개혁”으로 부르며 “대한민국 국익(國益)은 물론,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협하는 과오(過誤)”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은 이렇다.
  
   ①“(국정원) 직원이 다른 국가기관, 정당, 언론사 등의 민간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활동을 할 때는 법률과 내부 규정에 위반하는 파견(派遣)이나 상시출입(常時出入)을 할 수 없도록 한다” 
   
  이상(以上)의 조항은 민주당이 주장해 온 “부당한 정보활동 수집 금지”보다는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국가기관·정당·언론사 등 민간을 대상으로 한 정보활동 시 I/O(정보관)의 상시출입(常時出入)이 금지되며, 법률(法律)과 내규(內規)가 없으면 파견(派遣)될 수도 없다. 
  
  민간에 대한 상시출입·파견이 금지되면, 대공·방첩 활동의 기본인 내사(內査)활동이 어려워진다. 특히 정당(政黨)에 침투한 반(反)체제 세력이 반란을 꾸며도 증거를 잡을 수 없다. 의사(醫師)에게 진료 없이 처방하고 경찰에게 방범활동 없이 범인만 잡으라는 식이다. 
  
  국정원은 2000년 이후 간첩의 90% 이상을 검거했다. 대부분 정당(政黨)에 침투한 또는 연계된 간첩이었다. 이상(以上)의 조항에 의하면, 국정원은 더 이상 정치권 내 간첩을 잡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간첩을 잡을 수 없으니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은 유명무실해졌다. 
   
  법률과 내규를 만들어 국정원 직원을 파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원을 없애야 한다’는 야당이 그런 법률과 내규를 만들어 주거나 내버려 둘리가 없다. 
  
  ② 개정안은 국정원 직원의 정치활동(政治活動) 관여 처벌을 아래와 같이 현저히 높였다. 
  
  “직원이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의 집행을 지시 받은 경우 원장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이의(異議)를 제기(提起)할 수 있도록 하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직무집행(職務執行)을 거부(拒否)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직원이 오로지 공익(公益)목적으로 수사기관에 신고(申告)하는 경우에는 비밀 엄수의 의무 규정인 국정원직원법 제17조를 적용하지 않으며, 신고를 이유로 해당 직원에 대한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조 제6호의 불이익 조치하지 않도록 했다”
  
  “직원의 정치관여죄(政治關與罪) 형량을 현행 5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서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강화했고, 공소시효 기간을 10년으로 늘렸다.”
 
  
  요약하면 국정원 내에서 상관이 정치활동(政治活動)으로 의심받을 만한 직무를 명령할 때, 직원은 이의제기권(異議提起權), 직무집행거부권(職務執行拒否權), 공익목적 신고권(公益目的 申告權)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정치활동’에 대한 정의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지만, 야당은 국정원 고유의 ‘대공(對共)·방첩 활동 및 종북(從北)·좌익 대응’을 모두 정치활동으로 규정한다. 특정정당·특정인물이 거명되지 않은 보훈처의 ‘안보교육’도 정치활동이라고 한다. 햇볕정책을 비난했다는 것이 이유이다. 이런 억지와 궤변에 여당은 상당 부분 동의한 상태다. 
  
  정치권 기준에 따르면, 개정조항의 ‘정치활동’은 논란 중인 국정원 댓글 활동은 물론 從北·좌익 대응, 對共·방첩 활동, 안보교육까지 모두 포함된다. 상관이 이런 업무를 내릴 때 직원은 이의(異義)제기 → 직무거부(拒否) → 신고(申告)를 할 수 있다. 해당 사안은 법원으로 싸움터가 옮겨져 완벽히 저지할 수 있다. 업무를 내린 상관이 실형을 받으면 극형에 처해진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감히 자유 수호 활동을 지시할 상관은 없을 것이다. 
  
  ③ “국정원이 세입·세출 예산을 요구할 때 국가재정법 제21조의 구분에 따라 총액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요구하도록 하며 다른 기관에 계상 할 수 있도록 한 예산도 국회 정보위에서 심사하고, 이 예산의 실질 심사에 필요한 세부 자료를 정보위원회에 제출토록 했다.”
  
  “국정원장은 국회에서의 예결산 및 안건 심사와 감사원 감사가 있을 때 성실하게 자료 제출하고 답변토록 했다.”

  
  국정원 예산은 이미 국회의 강력한 통제 하에 놓여 있다(국정원법 제12조 제4항: 국회정보위에 국정원의 모든 예산에 관하여 실질심사에 필요한 세부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 12월 초 국정원은 이상의 국정원 개혁안 조치에 대해 “국정원의 모든 정보활동을 국회가 통제하고 승인 감독하겠다는 것”이라며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국회 독재적 발상이며, 국정원의 모든 비밀활동을 불가능케 하는 완전 독소 조항”이라고 밝혔다. 김필재 기자의 해설을 첨부하면 이러하다. 
  
  “치열한 정보전쟁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보역량 및 수단 보호가 필수이며, 이 가운데 정보예산은 가장 핵심부분이다. 정보예산이 노출되면 국정원 조직 및 인력규모, 정보활동 방향, 범위-가용수단 전부가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 특히 예결위 심사를 받게 될 경우 정보예산 내역을 인지하는 관계자가 너무 많아져 심사과정이 좌경(左傾) 언론 등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공개되어 정보기관의 무장해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1993년 6월 ‘평화의 댐’ 관련 건설부 감사 당시 감사원이 당시 안기부(국정원 前身)를 조사하면서 對北무선 통신 감청사실이 노출되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바 있다. 한편,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의 경우 정보기관 예산을 철저히 非공개로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민감한 정보활동을 회계감사원(GAO) 감사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연방법에 명시해 놓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정보기관은 GAO의 감사를 받지 않는다.”
  
  소위 국정원 개혁안은 국정원의 간첩(間諜) 검거 기능은 물론 從北·좌익 대응, 對共·방첩 활동, 안보교육까지 무력화한 것이다. 국내 파트에 사방팔방(四方八方)·천라지망(天羅地網)으로 족쇄를 쳐놓은 것으로 국내 파트의 우회적 폐지다. 이런 국가 자살 행위에 여당이 동의하고 보수 성향 지식인들마저 침묵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물론 몰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나라가 망조로 가는 결정적 증거다. 
  
  * 蛇足 : 국정원은 물론 대한민국이 살 수 있는 길이 있다. 국정원이 국내 업무가 무너진 마당이니 김정은 정권을 끝내는 것이다. 이것이 유일한 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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