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실각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정권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것이고 김정은정권의 붕괴는 일시적으로 한반도 안보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겐 자유민주 통일로 가는 긍정적인 변수인 것이다.


최근 북한 장성택의 실각설로 국내외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구어 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① 실각을 기정사실화하는 견해 ② 실각설이 과장되었다는 견해 ③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 등 다양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장성택의 실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대세이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측근 비리혐의 처형, 해외체류 장성택 친인척 소환, 최근 노동신문 논설 논조, 기록영화 방영에서 장성택 기록 삭제 등)들이 계속 추가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당국(국정원 등)의 판단은 “장성택 실각이 농후하다”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체제의 속성 상 실체적 정보의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래도 북한에 대한 각종 정보를 체계적으로 융합, 판단하는 우리 정보당국의 견해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장성택이 실각했다, 안했다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정보의 역량 노출과 정보판단 오류 시의 역기능 문제이다. 
 
 첫째, 만에 하나 장성택 실각설이 우리 정보당국과 사회를 교란시키기 위해서 북한이 정교하게 기획한 ‘역정보’ 즉 기만공작이었을 경우이다. “장성택 실각이 농후하다”는 우리 정보당국의 판단과는 달리 건재한 것으로 확인되었을 경우의 파장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현재 국정원의 댓글문제로 ‘국정원의 개혁’이 정치권의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판단의 오류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으며 향후 국정원 개혁 시 엄청난 파장을 가져 올 것이다. 국정원의 무용론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체계의 전반적 대수술 공세가 대두될 것이다.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
 
 둘째, 정보당국 판단대로 ‘장성택 실각’이 사실로 확인되었을 경우에도, 우리는 정보당국의 대북정보역량의 탁월함에 환호할 상황이 결코 아니다. 국가정보의 기본적 특성인 ‘비밀성’의 손상으로 인한 역기능도 감안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북정보수집 및 분석역량이 북한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기존 대북정보수집 루트와 수단의 재편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북한 김씨집단이 자신들의 권력내부 상황을 실시각(?)으로 꿰뚫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손 놓고 있을 정도로 한심한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정보공개 수준과 범위의 문제이다. 사실 북한의 실세로 알려진 장성택의 실각문제는 정부당국이나 안보전문가에게는 북한권력 변화와 이것이 우리 안보에 미치는 파장을 감안할 때 아주 중대한 사안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꼭 알려야 할 사안이나 알고 있어야 하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물론 정보당국이 국회 정보위에 비공개 대면 브리핑한 것이나, 결과적으로 공개되어 ‘정보의 비밀성’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이 이 사실을 유관기관만 제한적으로 배포하고 조용히 북한을 주시하며 대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차피 벌어진 상황에서, 필자는 이번 문제를 국가정보의 ‘조기경보(early warning) 기능’의 일환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장성택 실각설에 대한 신속한 판단은 북한에게는 우리가 다보고 있으니 도발 등 경거망동을 삼가라는 경고를 줄 수 있으며, 우리 국민들이나 국제사회에는 우리의 대북정보역량을 과시할 수 있고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성택 실각여부에 대한 1차 확인은 오는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2주년을 앞두고 하루 전인 12월 16일 열릴 ‘중앙추모대회’와 김정일사체보관소(북한이 ‘금수산태양궁전’이라고 하는데, 김정일을 찬양하는 용어를 여과없이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의 이른바 참배식에 장성택의 참석여부로 판가름 날것이다. 설령 장성택이 참석을 안했다고 해도 그를 처단하지 않았다면, ‘완전 숙청’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장성택은 수령절대주의 폭압권력을 무차별적으로 행사했던 김정일이 살아생전에 어린 김정은의 후계권력 공고히 하기 위한 보호막으로 내세운 몇 개 카드 중의 ‘제1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실제 장성택이 김일성의 사위로 김정일의 매제로 3차례의 권력부침에도 불구하고 재기하여 그동안 당·정·군에 구축한 인맥과 조직장악력 및 충성심을 김정일도 평가했던 것이다. 
 
 김정일 사망 이후 지난 2년 동안 김정은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권력을 구축한 것은 김정은의 통치력이 아니라 장성택-김경희 등으로 이어지는 후견권력의 변함없는 지지와 충성의 결과이다. 특히 북한군 총참모장 리영호 제거와 잦은 인사교체 등 공포정치를 통해 친위권력을 구축해 나가는 것도 상당 부분 장성택의 동물적 정치 감각에 의존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김정은이 향후 3년 정도 친위권력을 강화한다면 그때는 장성택이라는 보호막을 제거해도 무방할 것이나, 아직은 좀 불안정하다고 판단된다. 
 
 장성택이 실각한 것이 맞다면, 김정은은 스스로 ‘정권의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것이고, 이는 향후 북한정치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것이며, 김씨정권의 붕괴를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주민들의 먹는 문제조차 해결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회생 등 민생을 돌보야 할 통치자가 물놀이장, 빙상관(스케이트장), 오락시설, 마식령스키장 등 위락시설 건설에 열중하며 공포정치와 자기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권력 맛을 만끽하고 있는 행태는 북한 상층부의 불만세력과 주민들에게 ‘혁명의 배신자’로 축출할 수 있는 명분을 축적시켜 주는 계기이다. 
 
 이른바 조선혁명전통과 주체사상에 기초한 북한 김씨집단이 존재하는 한 남북관계의 본질적 개선이나 평화통일은 난망하다. 북한 김정은정권의 불안정성과 붕괴는 일시적으로 한반도 안보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겐 자유민주 통일로 가는 긍정적인 변수인 것이다.


유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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