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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30만명 감축설의 진실은
유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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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05  0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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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9일 일본 아사히TV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북한 병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0만명을 감축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또한 북한이 육해공군을 합쳐 119만명으로 추정되는 전체 병력 중 장교 5만명, 병사 25만명 등 30만명을 8월 말까지 감축해 경제 부문으로 이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사히TV는 이러한 대규모 병력 감축을 지시한 배경에 대해 "북한이 이미 핵무기 개발과 배치를 완료해 안보상의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도는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보도는 북한 정권의 선군(先軍) 노선과 북한군의 가동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신빙성이 없다. 첫째, 현재 북한의 통치사상은 주체사상(김일성주의)과 선군사상(김정일주의)이다. 선군사상이란 한마디로 표현하면 '주체사상+군(軍)중시사상'이다. 즉 군을 최우선시하는 통치방침이자 정책노선인 것이다. 북한은 2009년 사회주의헌법 개정과 2010년 당규약 개정 시 기존의 주체사상에 추가하여 선군사상을 통치사상으로 명문화하였다. 북한은 현 시기를 선대수령(김일성, 김정일)과 김정은이 영도하는 '선군시대'라고 명명한다. 선군노선의 강화는 선대수령의 유훈사업이다. 최근 북한 노동신문 등 언론매체에서 연일 '김일성주의와 김정일주의' '선군 애국주의' 강화를 주장하는 것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20대 후반에 불과한 김정은이 김정일 사후 저항 없이 북한의 통치자로 추대되어 북한을 이끌고 있는 것은 이른바 조선혁명 전통의 유일한 계승자이며 선대(先代) 수령의 유훈관철자라는 북한 나름의 후계 정당성 때문이다. 사안이 이런데 1만~2만명도 아니고 30만명의 군을 감축한다는 것은 선군노선에 역행하는 것이고 결국 선대수령의 유훈에도 어긋난다. 김정은이 이를 섣불리 추진했다가는 '혁명의 배신자'로 몰려 조기 실각할 수도 있다. 향후에도 김정은은 일관되게 주체사상과 선군노선에 기반하여 체제유지와 정권 공고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에 군 감축, 핵 포기, 대남 적화전략의 전환 및 개혁개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 북한군은 상시적으로 대규모 병력이 경제건설에 동원되고 있다. 북한군에는 전문적 공병부대 외에도 각 군단급, 사단급에 건설전담 단위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대규모 토목공사와 건설사업에 '??돌격대'라는 칭호 아래 일반 전투병력도 차출하여 투입시키고 있다. 실제 2012년 완공된 평양 만수대지구 아파트 등 대형 건축물, 주요 정권기관 시설물, 특각(김일성·김정일 별장), 영변 핵기지 등 보안시설 건설에는 군이 투입되었다. 또 발전소, 댐, 도로 건설뿐만 아니라 수로공사, 목장과 양어장 운영, 어로활동, 탄광과 광산개발 등 다방면의 건설현장에 경제건설과 혁명사업 완수라는 미명하에 어김없이 지역을 분할하여 북한군이 투입되었다. 전체 병력의 30% 이상이 상시적으로 경제건설 분야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 북한의 경찰에 해당하는 인민보안부에도 김정은 특각, 초대소, 주요 관공서 등의 시설물과 도로·철도를 건설하고, 탄광과 광산 개발 등을 전담하는 7총국(공병총국), 8총국(도로총국) 등의 전문 부대가 있다. 이 부대는 인민보안부 조선인민내무군에 편제되어 각종 보안시설물 건설 등에 전문적으로 투입된다.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무력부에도 영변 핵기지 등 주요 보안시설물을 건설하는 전담 부대가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경제건설사업 등에 대규모 군을 투입하는 이유는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건설경비 부담을 낮출 수 있고 △군 특성상 민간 부문보다 노동효율성이 높으며 △주요 보안시설물의 경우 보안유지가 용이하고 △비전투시기 병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민간 부문 건설에 군을 투입함으로써 군민일치, 군의 애민정신 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따라서 경제건설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북한군을 30만명 감축한다는 보도는 설득력이 약한 것이다. 이미 군을 충분히 경제건설에 동원하고 있고, 군을 추가 동원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북한군의 일정 병력을 당분간 경제건설 전담 병력으로 활용하라"는 김정은의 방침이 와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군 시스템을 좀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조선인민군으로 불리는 북한군의 조직체계와 운영 및 규모를 살펴봐야 한다. 북한에서 군은 인민의 군대, 당의 군대라고 선전되지만 본질은 '수령의 군대'이다. 현재 김정은은 수령의 위상으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장,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최고사령관, 공화국 원수 등의 직책을 가지고 직접 군을 통솔하고 있다.

생전에 김정일은 군이 수령 유일 독재 정권의 핵심 보위세력이긴 하나 정권방어 측면에서 보면 가장 두려운 집단인 점을 감안하여 군을 분권화시키고 상호 감시체제를 강화하여 정권 공고화를 기한 바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의 최고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북한군 최고사령부와 동격임)의 체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김정일은 자신이 국방위 제1위원장과 최고사령관을 맡고, 여기에 모든 군권을 집중시켜 놓았다. 다만 이를 집행하는 기능을 총정치국(당적 통제), 총참모부(군령권), 인민무력부(군정권), 후방총국(군수지원), 간부국(군 인사), 보위사령부(군 사찰), 호위총국(경호업무), 정찰총국(대남공작 담당)과 산하 직할부서인 국가안전보위부(비밀경찰), 인민보안부(경찰) 등으로 분산시켜 놓고 상호감시체제를 가동함으로써 쿠데타 기도를 원척적으로 봉쇄해 왔다. 예를 들어 지상군·해군·공군(항공 및 반항공군)의 무력을 지휘하는 총참모장(김격식)이 후방총국(전창복)의 군수지원 없이는 독자적으로 작전을 할 수 없도록 해놓았다.

2012년 국방백서에 의하면, 현재 북한 정규군은 119만여명이다. 지상군 102만명, 해군 6만명, 공군 11만명 등이다. 이외 군사 칭호를 가지고 있으며 언제든지 전투화할 수 있는 국가안전보위부 5만여명, 인민보안부 20만여명(조선인민내무군 10만명 포함)이 있다. 또한 상시 동원가능한 예비전력이 770만여명이 있다. 여기에는 교도대(17~50세 남성, 17~30세 미혼여성) 60만여명, 노농적위군(향토예비군 성격) 570만여명, 붉은청년근위대(중학교 4~6학년 남녀학생, 14~16세) 100만여명과 청년돌격대 등 준군사 전력 등이 포함된다.

이른바 수령의 반열에서 북한의 최고 존엄으로 행세하는 김정은은 앞서 지적한 대로 구태여 선대수령의 유훈사업을 어기는 위험성을 무릅쓰고 북한군을 감축하지 않더라도 국방위원장 방침이나 최고사령관 명령으로 언제라도 북한 정규군과 예비전력을 상시적으로 동원할 수 있다. 또 군을 특정 건설현장에 언제라도 투입시킬 수 있다. 일본 아사히TV의 보도는 자칫하면 김정은이 감군을 결행하여 적화혁명에 매진하지 않고 경제건설에 매진하며 개혁개방에 나서는 양 호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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