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일 뉴스파인더 논설위원 / 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

대한민국 정치계의 큰 별에서 김대중 김영삼이 빠질 수 없다. 그들의 공(功)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으뜸은 박정희-전두환 군부 독재에 몸을 던져 저항하면서 민주화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납치, 칠성판, 제명, 죽음의 단식. 민주주의를 지킬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 사선(死線)은 한낱 문지방일 뿐이었다. 민주 정치의 구심점, 민주 시민의 아이돌. 김종필(JP)을 빼면 DJ(김대중) YS(김영삼)의 애칭이 그들만큼 잘 어울렸던 정치인도 없다. 그들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 정치는 성큼 앞서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필자 또한 그랬다. 소망은 가뿐히 지르밟혔다.

1993년 YS가 대통령이 된다. 군부 독재 잔재들과의 3당 합당으로 이룬 결과다. 점쟁이도 울고 갔다는 보수 대연합. 배신, 비양심, 역사 후퇴, 일그러진 영웅, 정체성 상실 등 옛 동지들의 거친 비난도 ‘구국의 결단’이라는 포장을 구길 수는 없었다.

‘결단’인지 ‘야합’인지 혹은 ‘협잡’인지 지금 와서 다툼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우리 정치가 한발 내디뎠는지가 문제다. 그렇지 않았다. 

‘민주’가 접수한 청와대와 당(黨)은 ‘비민주’의 의구(依舊)함을 맘껏 뽑냈다. 바뀐 게 없다. 군부 세력에서 민주 세력으로 주인이 교체됐다는 점 말고는. 공(功)이라면 공(功)이다. 그런데 젠장이다. 민주파가 당과 청와대를 비민주적으로 운영하네.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이 소통령이라는 당시 언론의 지적이 그 모든 불합리와 비민주를 웅변한다. 

1997년 DJ가 대통령이 된다. JP와의 악수로 이루어 낸 결과다. DJP연합이다. 오로지 승리만을 위한 YS 따라하기 다름 아니다. 어이 친구 고마워 좀 거시기 했는데 이거 개아나야. 

오랜 기간 DJ와 동고동락한 동교동계 가솔(家率)들과 동향(同鄕)들이 온갖 요직을 차지한다. 이분들 싸움의 기술은 화려한데 민주의 기술은 허접했다. 정치 개혁은 또 젠장이다. 의미는 호남의 한(恨)을 풀었다는 점. 지역주의가 새똥만큼 완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이낙연이 신당을 만들 거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이낙연과 이준석이 신당을 함께 할 가능성이 꼬리를 문다. 이름하여 낙준연대. 

양대 진영의 보스가 펼쳐 보이는 비민주적인 행태에 반기를 들었으니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는, 합칠 수 있다는 논리다. 기호 3을 위해서라도 손을 잡아야지. 암, 정치는 현실인데. 과연 그럴까? 동의하기 어렵다.

이 사람아, 정치는 도덕이 아니야. 뭘 모르는 아마추어 같으니라고.일단 생존해야 그다음에 개혁도 하고 혁신도 하는 거야. 

퍽이나. 필자의 귀에는 개소리로 들린다. 

YS, DJ의 ‘모여라’는 사실 뜬금없었다. 원칙도 없었다. 허나 결과는 나름 의미가 있었다. 군부 세력 척결과 호남의 한풀이. 그 시대는 정치 개혁보다는 그것들이 더 타는 목마름이었기에. 

지금은 아니다. 절대 아니다. 국가 발전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대한민국의 후진적 정치, 여기서 탈출하는 것이 간절한 시대적 요청이다. 이준석의 총명한 똘기도 이를 위해 빛을 낸 것 아닌가?

낙준연대는 국민으로 하여금 이준석 신당의 의미를 반추하게 한다. 무엇을 위한 신당인가? 개인 이준석의 금배지 아니면 세속적 출세?

머리 큰 송영길과도 “긴밀히 교류하고 있다”며 신당을 함께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아놔, 그건 아니지. 표를 돈으로 주고 산 패거리의 우두머리가 송영길이다. 매표(買票)는 민주주의의 최대 적이다. 목하 자신은 몰랐다고 최선을 다해 발뺌 중이나 사실이어도 문제다. 난 정말 무능해요 열변하는 꼴이니.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와 정치 개혁을 함께 한다고. 자다가 봉창이다. 이낙연의 삶의 궤적을 보면 낙준연대 역시 도긴개긴, 멀리 못 갔다.  

이준석, 그도 나름 어려운 정치 여정을 보냈다. 세 번의 낙선은 젊음으로 상쇄하기에도 버겁다. 네 번째도 금배지를 못 달면 사라질 거라는 예언(?)은 꽤나 달팽이관을 자극할 것이다. 

특히 연거푸 이룬 승리에도 불구하고 개선장군 환대는커녕 내부 총질자로 몰려 멍석말이를 당한 경험은 엄청 약 오르고 자다가 이불킥 각이다. 적이 아니라 동지에게 맞는 매는 더 아프고 매운 법. 초심이 흔들릴 만하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개나 소나 다 모아 모아서 세를 불리고 불려서 손에 손잡고 여의도로 가자. 국민이 이준석에게 바라는 건 이게 아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비단 주머니 속의 묘책으로 새로운 버전의 정치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전에 없었던, 이전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스템 말이다. DJ, YS에게 그랬듯 국민의 박수는 그곳에서 울려 퍼질 것이다.

현실을 좇다 근묵자흑(近墨者黑)하는, 그런 어리석음은 아직 이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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