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 기자] 이란 외무부가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해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고 반관영 ISNA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외무부 성명에 따르면 레자 나자피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이날 윤강현 한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우호적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중동)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걸프 지역 국가 대다수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입장 정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관은 이란 자금 동결 등 한국 정부의 비우호적 조치를 언급하며 "분쟁 해결을 위해 유효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자피 차관은 한국 대통령이 최근 핵무기 제조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는데,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이란 외무부에 따르면 윤 대사는 대통령의 발언이 "이란과 UAE 또는 한국과의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한국 정부의 최근 스탠스, 특히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면서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며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외교부는 지난 17일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하다.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한·이란 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라 UAE에서의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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