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연준 청사에서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연준 청사에서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수지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앞서 4번 연속 밟았던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이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조짐이 나타나자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날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4.25∼4.50%로 기존(3.75∼4.00%)보다 0.50%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이 됐다.

연준은 지난 3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낸 뒤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7차례 걸쳐 큰 폭으로 올려왔다.

특히 지난 6월을 시작으로 7월, 9월, 11월에는 사상 유례없이 4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렸다.

이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7.1%로, 10월의 상승률(7.7%)은 물론 시장 전망치(7.3%)를 모두 하회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날 정례회의에서 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대신 금리 인상 속도를 0.50%포인트로 조절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금리를 총 4.25%포인트 인상했다면서 "이제는 (인상)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 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를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어느 시점에는 긴축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를 늦추긴 했지만, 연준은 내년에도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FOMC 위원 19명이 각자 생각하는 적절한 금리 수준을 취합한 지표인 점도표(dot plot)는 내년 말에는 금리가 5.00~5.25%(중간값 5.1%)로 나타냈다. 이 전망대로라면 내년에도 0.75%포인트를 인상해야 하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 들어온 10∼11월 인플레이션 지표는 월간 물가 상승세가 둔화했음을 보여주며 이는 환영할만하지만,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상당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현재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점차 우리 목표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 금리 인하가 아니다"라며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인플레이션은 3.1%, 실업률은 4.6%로 각각 예상했다. 9월 전망과 비교하면 인플레이션은 0.3%포인트, 실업률은 0.2%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한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3.25%로 미국보다 0.50∼0.75%포인트 낮았지만, 연준의 이번 인상으로 금리차가 최대 1.25%포인트로 커졌다.

1.25%포인트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50%포인트)에 근접한 수준이다.

금리차가 벌어지면 한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미국의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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