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룰을 무시한 채 날뛰다 결국 궁지에 몰린 북한.

 

강제로 근로자 전원을 철수 시켜 스스로 문을 닫게 만들어버린 개성공단과 박왕자씨 피격사건을 사과하지 않아 단절된 금강산 관광사업, 일방적으로 협의를 끊었던 이산가족 상봉 및 남북 통화라인까지. 모든 당근을 꺼내들고 우리에게 대화의 제스쳐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어찌됐든 한민족이라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바다를 운운하며 전쟁을 들먹인 그들이다. 그러나 어찌된 것인지 우리들도 북의 말도 안 되는 기만을 이해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기가막힐 노릇이지만 어쨌든 협상테이블에서 우리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할 것이다.

 

북한을 움직인 요소는 경제적인 이유를 포함해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소는 중국일 것이다. 우리가 미국과의 만남에서 ‘60년 한미동맹’ 체계를 더 공고히 했을 때 북한은 중국과의 만남에서 그야말로 푸대접을 받고 돌아왔다. 이례적인 냉담함에 북한은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의 시진핑은 그렇게 북한을 내친 뒤, ‘확고한 대북관’을 갖고 있는 미국을 방문했다. 북한이 중국에게 손 내밀었다가 팽개쳐 졌으니 다시 손 내밀기는 자존심 상할 것이며, 초강대국 미국에게는 협박도, 어떤 협상도 먹히지 않으니 북한의 유일한 퇴로방법은 딱 하나 남았다.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 하순경 시진핑을 만나러 중국으로 향한다. 박 대통령과 시진핑이 만나서 나눌 대화는 지금 이대로라면 북한의 압박을 위한 공조가 확실하다.

 

북한 압박을 위한 사슬이 완성되어 가고 있는 이때. 북한은 마지막 단추인 한국과 중국의 대북압박 사슬을 막고, 이를 막아내면서 나아가 북미협상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로 삼고자 하는 속내이리라.

 

그런 속내가 어떻든 북한을 옭아매는 사슬은 완성돼 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소위 ‘신대국관계’에 모두 동의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대국주의란 협력과 평화로 공동발전을 추구하되 상대의 핵심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외교정책이다. 즉 중국이 세계 각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대신 미국도 대만문제나 남중국해·센카쿠열도 영토 분쟁 등에 간섭하지 말자는 얘기다.

 

그런 양 국의 이익을 위해 제물이 된 게 바로 북한이다. 양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고 한반도 비핵화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

 

서로 경계하며 불편해하던 두 사람이 만났다. 이들은 결국 서로의 도움이 있어야 세계 정상을 유지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결국 국제사회의 ‘공공의 적’ 북한을 삿대질하며 함께 욕을 하며 동질감을 확인했다.

 

미국은 그렇다치고 중국의 이런 반응은 놀랍다. 중국은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고 대화와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근 눈엣가시처럼 귀찮았던 북한을 희생시킨 것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북한 편들기가 미국을 민감하게 하고 있었음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효용가치를 다한 북한을 내주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결국 미국으로부터의 불신을 없애 신뢰를 더하고자 북한을 아무렇지 않게 내버린 것으로 풀이하면 된다.

 

실제로 오바마가 중국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을 거론하자 시진핑은 “중국도 해커의 피해국이며 억울함을 벗어나고 싶다”고 답했다. 풀어보면 오바마가 시진핑의 민감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자 시진핑은 사과 대신 은근하게 빠져 나간 것이다. 쉽게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에 대한 방어는 확실히 했다.

 

그렇다면 다른 무엇인가에선 유연해질 필요가 있었다. 둘 대화의 희생양, 제물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땐 중국이 아무렇지도 않게 북한을 비난했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앞으로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단한 공조를 취하기로 했다는 게 양측의 입장이다.

 

북한에게는 상당한 압박일 것이다. 시진핑이 북한의 비핵화를 미중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이런 언급이 공동 발표 형식으로 공개된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북한이 부랴부랴 혈육(이산가족 상봉)임을 내세우면서까지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은 이런 문제들의 타개책을 찾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그들의 진정성을 찾아보려면 아직도 쉽지 않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와의 협상에 있어 항상 우위에 서려고 했다. 우리를 무시하거나 상대해주지 않는 등이었다.

 

사실 정상적인 관계였다면 개성공단을 비롯해 천안함, 연평도 사태를 어찌 그냥 묵혀두고 남북회담을 가질 수 있겠나. 우리가 백번 천번 참고 양보해서 가능해진 일이다.

 

북한의 진정성은 회담이 성사되기도 전부터 문제가 됐다. 우리측은 회담에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정도 되는 책임있는 인사가 나와야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소한 장관급쯤 되는 모임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북한 대표가 우리보다 급이 아래였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거의 관례처럼 굳어진 이 틀을 깨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통전부 산하의 조평통 서기국 국장급을 대표로 내세웠다. 이런 문제로 한밤까지 힘겨루기를 했다는데 북한의 격 떨어지는 처사에 혀가 내둘러진다.

 

그래도 남북 장관급 회담인데 상식적으론 왜 이런 문제를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북한이 뼈만 남은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콧대를 세우는 모습이 우습기 짝이 없다.

 

북한이 이 위기를 타개하려면 고개를 더 숙여라, 허리를 더 굽히고, 우리에게 공손하라. 우리 정부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너무 서두르려 하지 말고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실리를 찾되 절대 북한에게만 이로운 답을 줘선 안된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거나 불공평한 거래를 원한다면 우리가 손실이 있더라도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그것을 원한다. 남북평화라는 보기 좋은 허울을 위해 지금껏 국제사회와 만들어 놓은 그 사슬, 공조체계를 절대 끊어선 안 된다. 북한은 언제나 우리 뒷통수를 쳐 왔던 세력임을 명심하라.

 

최근까지도 핵무기 위협을 가해온 그들이 아닌가. 그들의 진정성은 바닥 중에 바닥이다. 철저한 실리 위주의 협상을 해야 함을 강조한다.

 

뉴스파인더 김승근 편집장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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