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어린이날은 6월 1일이다. 이름도 다르다. 국제아동절.

 

남북분단 이전까지는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의 색동회에 의해 제정된 5월 1일 어린이날을 따랐으나, 해방과 함께 남북으로 나뉘면서 북한에서는 어린이날이 없어지고 국제아동절이 생겨났다.

 

우리의 어린이날은 1975년부터 공휴일이 됐으나 1950년부터 시작된 북한의 국제아동절은 단순한 기념일이다. 국제아동절을 전후한 일요일에 못다한 작업량을 채워야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재롱을 구경하거나 아이들과 함께 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휴가나 조퇴를 신청한다.

 

지방에서 일반적인 행사는 운동회인데, 달리기, 밧줄당기기, 놀이감따기, 통일기차놀이, 글자붙이기 등 다양한 경기가 진행된다. 그중 수십년간 아이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독차지해 온 것은 자전거 경기.

 

하지만 자전거가 귀하기 때문에 자전거 실력보다는 자전거를 가진 어린이가 대표로 출전한다. 또한 같은 자전거로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퀴가 클수록 1등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자전거가 없는 어린이들도 열띤 응원을 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순서라고 한다.

 

북한의 어린이들은 사탕·과자 등 특별배급이 나오기 때문에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나 최근 경제난으로 인해 행사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특별배급도 평양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제공되지 않아 어린이날 행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북한의 어린이날인 국제아동절은 대충 이런 날이다. 물론 평양의 어린이 성장 환경과 지방의 어린이들의 생활은 너무나 다르다. 취약계층인 어린이 및 영유아, 임산부 등의 참담한 현실을 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부모 없는 고아들이 꽃제비가 되어 죽을 각오로 탈북을 시도하기도 하고, 하루 세끼를 먹지도 못할 뿐 아니라 한두 끼도 불린 국수나 강냉이밥으로 때운다고 하니 6.25전쟁 직후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아예 끼니를 거르는 날도 적지 않고, 사흘을 내리 굶어 힘없이 누워만 있기도 한다고 하니 참담하기만 하다.

 

북한의 식량 사정은 2012년 김정은 체제의 본격 출범 이후 계속적으로 나빠지는 추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북한의 식량부족량을 약 50만톤으로 예상했으나 올해 2월 이를 65만7000톤으로 늘려 잡았다.

 

만성적인 식량난이 계속될 경우 280만 명의 주민이 끼니를 거르는 식량부족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5월 초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대북사업 평가보고서도 올해 1분기(1∼3월) 조사대상 북한 가정(87개)의 무려 80%가 영양부족 상태를 겪고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평양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사실상 모두가 굶주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3월 유엔아동기금(UNICEF)과 WFP 등이 공동 발표한 북한식량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북한 어린이의 27.9%인 47만5868명이 만성화된 영양결핍 문제를 겪고 있다. 이 중 8.4%는 심각한 상태였다.

 

영양부족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도 시달린다. 북한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다 지난해 말 탈북한 어린이의 경우 최근 건강검진에서 결핵 판정을 받았다. 과거 장마당에서 음식찌꺼기를 주워 먹으며 험한 생활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너무나 충격적이라 말을 잇지 못할 지경이다.

 

그런가하면 영양이 부족해 성장하지 못하는 북한 어린이들의 몸집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의 2011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남한의 만 11세 남자 어린이 평균 키는 144cm, 몸무게는 39kg인 반면 북한 어린이는 125cm, 23kg에 머물렀다. 남북의 키 차이가 19cm, 몸무게 차이는 16kg에 이른다.

 

이게 한민족의 모습인가. 너무나 격차가 심해서 다른 인종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요즘에는 먹을 것을 찾아 다니는 ‘꽃제비’라고 불리는 집 없는 아이들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의 고아원에는 식량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아이들이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소년단야영소를 방문했다. 소년단야영소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소속으로, 만 7세부터 13세의 어린이 중 모범 소년단원들을 입소시켜 주체사상을 비롯해 김씨 3대를 우상화하는 집단주의 정신을 기르는 곳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방문하자 어린이들이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며 감격해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그 어린 아이들은 이곳에서부터 김일성, 김정일을 신격화하고 김정은을 최고의 지도자라고 세뇌 당한다.

 

‘붉은 머플러’로 상징되는 소년단은 1946년 6월에 창단돼 50여년을 유지해오고 있는데 이들은 청년조직인 사회주의로동자청년동맹원(사로청)으로 키우기 위한 일종의 전위조직이다. 한마디로 어린이들에게 정치 사상을 주입시키는 것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때에는 북한이 비난전에 아이들까지 동원했었다. 국제아동절의 이어 달리기 시합에 나선 북한 어린이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미국 군인 모양의 표적지를 때리고 돌아왔다. 어린이들까지 대남 비방전에 동원된 것이다.

 

국제아동절. 북한은 눈에 보이는 이벤트로 평양의 특권층만을 위한 행사를 벌이지 말라. 차라리 북한 전역에서 굶주려가는 어린이들에게 식량을 나눠줘라.

 

핵무기 만들기에 혈안이 돼 어린이들이 굶어죽어가는 모습은 보지도 못하는 것인가. 그들이 어른이 된 10년, 20년 후를 생각해보라. 너무나 왜소한 체구에 교육도 받지 못한 상태로 자라날 것이다.

 

김정은은 내일의 일꾼이라는 어린이들의 현실을 바라봐라. 이것이 개선되지 않는 한 북한의 내일은 매우 어둡다.

 

이제 우리는 북한 인권개선의 초점을 상승시켜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북한 주민들이 이토록 심각한 영양실조로 체격의 차이가 심해지면 결국 장기화된 언젠가는 다른 인종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될 것이다.

 

비단 육체적인 문제 뿐만이 아니다. 어린이들을 저렇게 방치해 두면 남북한의 문명차이는 더욱 극대화 될 것이고 우리는 통일 시대에 그 간격을 줄이기 위해 너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어린이 뿐 아니라 북한 주민 모두가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김정은이 이들을 버려두고 폭정만 펼친다면 우리라도 나서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북한인권법을 반드시 통과 시켜야 하는 이유다.

 

김승근 편집장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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