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붕괴의 뇌관은 곳곳에 있다. 김정은이라는 인간형 자체가 그렇다. 미숙하고 즉흥적인 럭비공이다.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은 한국은 김정은과 주민들을 분리하는 심리전에 힘을 쏟아야 한다.

지난 해 김정은은 난잡한 수준인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을 '모범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날라리풍'을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경제 관리 개편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라면서도 농장·공장에서 개인경영방식을 제기한 관리를 엄벌에 처했다. 앞뒤가 안 맞는 지시다.

올 해 김정은 "핵전쟁·전면전·불바다" 공갈에 열을 올렸다. 3월7일에는 2010년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부대를 '현지지도'했다. 나흘 후엔 백령도 타격임무를 부여받은 부대를 시찰하면서 "명령만 내리면 적들을 모조리 불도가니에 쓸어 넣으라"고 지시했다.

반면 김정은은 2월28일 평양 유경정주영체육관에서 왕년의 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미국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트로터스'와 조선체육대학 '횃불농구팀' 경기를 관람했다. 김정은은 손뼉을 치고 탁자를 치며 깔깔댔다. 노동신문 1면에 고스란히 사진이 실렸다.

전쟁 공갈 중에 평양은 고요했다. 4월6일 '이코노미스트'는 "파종을 위한 땅 고르기가 한창"이라면서 "평양은 전쟁이 아닌 봄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AP는 4월11일 "전쟁 준비보다 도시 치장에 집중한다"며 "총을 내려놓은 잔디를 심는 군인"의 모습을 전했다.

김정은의 잔디 집착은 유명하다. 이는 스위스 유학 경험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2년 과학원 산하 잔디연구소를 설치, 외국에서 30여 종에 달하는 종자를 들여와 연구 중이다. 현재 연구소는 확장공사 중이라고 한다.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3차 핵실험 열흘 뒤인 2월22일 평양 전쟁승리기념관 건설장을 방문해 "무슨 종류의 잔디를 심으려는가?"라고 질문했다. "적들을 불도가니에 쓸어 넣으라"고 지시한 3월11일 군부대 방문 때도 "나무들과 지피식물(잔디)을 더 많이 심어 섬을 푸른 숲으로 만들라"고 말했다.

김정은 5월4일에도 "부침땅(경작지)을 제외한 모든 땅에 나무를 심거나 풀판을 조성해 빈 땅이나 잡초가 무성한 곳이 하나도 없게 해야 한다"며 "동·서·중부 지구에도 잔디연구소 분원을 내오는(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 언론에 보도된 김정은의 간부들에 내린 지시 사항 일부를 인용해보자.

"잔디를 평지에도 심고, 산지에도 심어야 한다.(…)유럽 나라에서 심은 잔디를 보면 심술이 날 정도다. 노동당 제1비서로서 직접 잔디 연구 사업을 맡아 해보려고 한다. 나는 화분에 꽃을 심어 가꾸듯 집에 잔디밭을 만들어 잔디를 키우고 있다. 간부들도 재배해보라"

"나라를 백화만발하는 지상낙원으로 만드는 것은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이다. 우리는 이 유훈을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꽃을 심고 가꾸는 방법을 인민에게 가르쳐줘야 한다.(…)평양뿐 아니라 전국에 화초공원을 꾸려야 한다."

김정은의 관심사는 주민들의 인권이 아니다. 식량도 아니다. 자신의 장난감 같은 북한을 잘 지키는 것이다.

아이들 40%, 이북 3개도 5세 미만 아이들 70%가 영양실조인 북한에서 식량용 옥수수 심기도 모자랄 터인데, 김정은은 잔디 심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면서 "유럽 나라에서 심은 잔디를 보면 심술이 날 정도"라며 "백화만발하는 지상낙원으로 만들고" "꽃을 심고 가꾸는 방법을 인민에게 가르쳐줘야 한다"고 왕왕댄다. 한국의 인도주의자들이 먼저 할 일은 이런 세습독재자를 돕기 위해 식량을 대주는 것이 아니라 악한체제를 끝내는 것이다.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 〈리버티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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