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측에 다음달로 다가온 6.15공동선언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치르자고 제안했다. 불바다 만들어 버리겠다고 으름장 놓다말고 평화선언 하자고 하니 이건 완전 코메디다.

 

칼 들고 위협하던 사람이 갑자기 칼을 뒤로 감춘 채 활짝 웃으면서 친한 척 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이건 기회다’ 하면서 지난일 다 잊자 그러고 손을 맞잡아야 할까. 직전까지 칼을 내 목전에 들이댔던 그 얼굴을 바라보면서 웃을 수 있을까.

 

이건 기만행위인 동시에 한국내부에 갈등을 일으키려는 수작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가 보낸 문서의 문구를 보면 더 확실해 진다. “북남관계를 원상회복하고 자주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는 유일한 출로는 공동선언 이행에 있다고 본다.”고 했다.

 

남북관계를 원상회복? 망가뜨린 게 누구인데 그 키를 쥐고 있는 이가 유일한 출로 어쩌구 하고 있는가.

 

문서를 더 살펴보면 “현 정세하에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6.15흐름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제13주년 민족공동 통일행사를 개성 또는 금강산에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혼자 날뛰어놓고 힘을 합치자는 말 자체가 우습긴 하지만 개성 또는 금강산에서 행사를 하자는 건 또 무슨 말인가. 화를 내며 밥상 엎어 놓을 땐 언제고 그 밥상 위에서 밥을 먹자는 얘기 아닌가.

 

북측위원회는 또 “지난 5년간 공동선언이 전면 부정 돼 좋게 발전하던 북남관계는 완전히 파탄했다”고 밝혔다.

 

누가 파탄을 냈는지 세상은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5년이라 표현함은 MB정권을 지칭하는 것일테다. 그렇다면 북한은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좌파를 비롯한 여론이 MB정부에 악감정이 많은 것을 이용해 좌우 갈등을 유도하고 있는 것.

 

북측위원회는 “오늘날 동족간 극도로 적대감이 고취돼 6.15공동선언의 소중한 결실인 개성공단이 폐쇄될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건 대놓고 책임전가다. 남측 여론을 완전히 의식해놓고 선동질 하려는 수작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MB정부를 들먹인 이후 바로 개성공단이 폐쇄될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는 건 개성공단이 곧 보수정권에 의해 폐쇄된 것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북한의 이번 제의는 절대 들어줘선 안된다. 일단 가장 중요한 그들의 사과와 반성이 전제되지 않았다. 천안함, 연평도는 물론이고, 금강산, 개성공단에 대한 얘기도 없었다. 오히려 책임을 지난 이명박 정부로 전가시키려고 교묘한 술책을 부리고 있는 게 가소롭다.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발언들만 실컷 해놓았다. 우리가 제안을 거부하면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들을 이용해 크게 비난을 시작할 것이다.

 

그 뿐인가. 세계와의 갈등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우리를 회유시키려는 유치한 의도도 깔려있다.

 

6.15공동선언은 DJ와 김정일이 평양에서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2박 3일 동안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후 내놓은 발표였다. 남북한의 정상이 직접 만나기는 1945년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무려 5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다들 기대했다.

 

사실 공동선언은 더 일찍 이뤄질 수도 있었다. 과거 문민정부는 정상회담 개최에 보다 적극성을 보였다. YS는 1993년 2월 25일 취임사와 1994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김일성과 만날 용의가 있음을 밝히자 북한은 1994년 6월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남북한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부총리급 예비접촉을 판문점에서 열고 1994년 7월 25일부터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7월 8일 김일성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회담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DJ에 이르러 2000년 6월 15일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됐다. 하지만 김정일의 남북공동선언은 사실 껍데기에 불과했고 그 이후 평화라고 믿고 있었던 우리는 더 무서운 결과에 직면한다. 그들은 그 10년을 이용해 핵을 만들고, 장거리 미사일을 만들었다. 우리는 평화무드에 젖어 그들에게 달라는 대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모두 군사적으로 전용됐음도 나중에 깨달았다.

 

그들이 남북공동선언을 기만했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남북공동선언 4번째 조항은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해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로 돼 있다.

 

북한은 이를 철저히 어겼다. 경제적으로 협력하자는 그 주장을 깡그리 부숴버린 채 금강산 관광사업은 물론 개성공단까지 다 뭉개버렸다.

 

그런 그들이 이제와서 금강산과 개성공단에서 6.15공동선언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갖자고 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

 

그들의 그 가식적인 정치적 술수와 기만, 그 과거를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한 입장이 단호할 것이다. 걱정되는 건 단 하나 종북세력에게 선동되는 국민들.

 

순진한 국민들이 북한과 종북세력의 선동에 넘어가 과거 북한에게 핵 개발의 발판이 됐던 햇볕정책이 옳았다고 외치고, 이명박 정부의 강경노선이 지금의 남북관계 경색을 만들었다고 외치게 될까봐 단지 그게 걱정이다.

 

북한의 눈에 보이는 공동행사 제안은 코웃음치며 거절할 수 있지만 우리 국민들의 반발은 너무나 아플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명심하라. 지금 북한의 제안은 우리 정부에 하는 게 아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거짓 메시지를 보내고 거짓 연기를 하는 것이다.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할 수 있는 먹음직스런 시위거리. 북한의 제안은 우리 국민들을 농락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를 위협하다 말고 자신에게 동조하는 구경꾼들이 늘어나자 갑자기 칼을 내리고 아무런 사과도 없이, 갑자기 어깨동무를 하려고 한다. 그 구경꾼들은 우리 국민, 그리고 국제사회다. 아무런 내막도 모르는 구경꾼들에게 북한은 보란 듯이 느닷없는 악수를 청한다. 그 제스쳐에 구경꾼들이 북한 편을 들게 될까봐 우려스럽다.

 

다만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기에 믿어본다. 우리는 북한의 거짓 주장과 놀음에 더 이상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의 타개책이자, 남남갈등 조장을 위한 이번 북한의 술책에 정부의 현명하고 또 단호한 대처를 기대해 본다.

 

김승근 편집장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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