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하는 게 맞다. 북한과 우리간 관계에 대한 얘기다. 그동안 우리가 못하는 북한에게 지원을 하거나 양보를 했으면 했지 한 번도 우리가 도움을 받은 적은 없다.

 

그게 의례 반복돼 오다 보니 이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계속 퍼 날라 줘도 결국 우리를 위협이나 하고 있는 게 북한이다. ‘상식’과 ‘공평’의 원리에서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다.

 

북한의 일방적인 근로자 철수로 개성공단은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장기화될수록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어 우리는 사실상 개성공단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현명한 생각이다.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식자재 반입마저 막아 기업들이 철수된 것이니 이건 우리측의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만이 유일하게 책임을 모두 안고 있는 상황이다.

 

입주업체들의 피해액은 약 3.5조원이 넘는 것으로 가집계 됐다. 게다가 바이어들, 협력업체 및 유무형 피해를 총합하면 무려 10조원에 이른다는 계산도 나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여전히 전기를 공급해주고 있다. 개성공단에 전력을 보내던 변전소의 총용량은 10만 kW. 평상시 이중 3~5만 kW 정도의 전력을 보내왔다. 공장 가동이 멈춘 상태에서도 평시 상태의 전력을 제공해줬고, 전원 철수한 이후에는 최소한의 전력만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도만 해도 가정용으로 1천가구 가량의 전기를 댈 수 있고 사무동의 전등 점등에는 충분할 뿐 아니라 정수장도 돌릴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그렇다. 사실상 공단에 보내지는 최소한의 전기는 공단내 월고저수지 정·배수장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것이다. 그 전기만으로 개성 시민들에게 가던 물을 옮기는 데 충분하다고 한다. 다시말해 개성내 주민들에게 물 공급까지 해주고 있는 거다.

 

더 자세히 말하면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는 공업용수도 필요하고 식수도 필요한데 우리 측 전력은 바로 그런 것을 공급하는 데도 이용된다. 우리 측은 북한 개성 근처의 저수지 물을 정수해서 공업용수와 식수로 공급하는데 이 물의 정수 과정에서 우리의 전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정수된 물은 개성공단에만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개성시 주민들에게도 공급된다.

 

앞으로는 온전히 개성시를 위해 사용될 것이다. 시내로 들어가는 물은 하루 1만 4천톤 정도로 개성시민 7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전기를 끊게 되면 당연히 개성시 주민들은 식수난에 허덕이게 된다.

 

북한이 우리에게 했던 만행으로 봐선 단전, 단수 결정까지 내려야 하지만 우리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일절 반응이 없었다.

 

물이 없으면 개성시는 당장 엄청난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천문학적 재산피해를 입혔지만 우리는 오히려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7만명의 식수를 보장해주고 있는 셈.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서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통일부에 지시를 내렸다. 우리 기업들의 완제품이나 원·부자재를 반출하기 위한 회담을 북한측에 제의하라는 지시다.

 

통일부는 북한과의 회담에서 반드시 ‘상식’과 ‘공평’의 논리를 내세워라. 우리가 당연히 감수했던 손해와 양보를 이젠 더 이상 용납하지 말라.

 

북한은 우리의 지원에 고마워하기는 커녕 입도 뻥끗 하지 않았다. 비단 개성공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십년의 역사가 모두 그런 모양새다.

 

NLL교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태에 대한 공격이 있었지만 여기에 대한 사과는 일절 없었따.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북한에게 인도적 지원을 끊지 않았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이 강경한 5.24조치를 내리고 북한에게 으름장을 놓는 와중에도 지원은 절대 끊지 않았다.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북한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심지어 북한은 자연재해 이후 우리 정부에 ‘통 큰 지원’을 요청해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우리의 지원책이 군사전용이 가능한 중장비나 시멘트 등이 아님을 확인하고는 받기를 거부했다.

 

감사?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어떤가.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은 문을 닫았다. 관광객을 총을 쏴 죽였지만 사과 한 마디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은 갑자기 자산 동결 조치를 취하고 자기들 맘대로 금강산 사업에 우리 시설을 사용했다.

 

어떤 사연이 있었고 어떤 이유가 있었든 이제 지난 일이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반출하기 위한 회담에서 북한은 또 무슨 말을 하며 억지를 부릴지 모른다.

 

우리가 개성시에 수만명이 먹는 식수를 제공해주고 있다. 주는 게 있었고 이제 우리도 받아야 한다. 우리도 이것을 놓고 딜을 해야 할 것이며, 북한의 어거지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들이 말도 안되는 거래를 원한다면 손실 있더라도 거절하라. 그리고 북한의 말도 안되는 제안이 무엇이었는지를 세계에 알려라.

 

북한의 무뢰배짓을 우리만 혼자 감내하며 화내고 있을 이유가 없다. 세계에 그 사실을 알려 국제사회에 북한이 어떤 집단인지를 제대로 소문내야 한다.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 식량난에 허덕이는 것도 모른 척 하고 있는데 개성시 식수난도 나몰라라 할 가능성도 크다. 북한이 그런 막가파식 협상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그에 걸맞게 대응하자.

 

괜히 ‘대인배’ 남한이 될 생각은 버려라. 대인배 남한에 고마워할 이들은 아무도 없고, 대인배로 봐주지도 않으니까. 그냥 힘 없고 어리석은 세력으로만 비쳐질 뿐.

 

앞으로 개성공단 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어느 정도 성공할 것인가 하는 부분과 직결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성공은 겉으로만 보이는 일단의 평화가 아니다. 북한의 사과와 반성이 선결 조건이다. 이 조건이 빠진 남북간 표면적 화해는 과거 햇볕정책과 다를 바 없음을 반드시 명심하라.

 

김승근 편집장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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