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4.19혁명으로 대한민국 제1공화국이 붕괴되며 국내 정치사회적 혼란이 심화되자 북한은 이 기회를 이용하기로 작정한다.

 

그 결과물로 그해 5월 13일. 북한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라는 조선노동당 외곽 사회단체가 발족한다. 이들의 임무는 한국사회의 혼란을 이용해, 대남혁명전략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 각 정당·사회단체·각계인사 등이 총망라돼 급조된 대남 전위기구였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바로 조평통이 운영하는 사이트다. 얼마전 국제해커그룹 ‘어나니머스’가 해킹해 그 회원명단을 인터넷에 뿌린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조사를 시작해 결국 이적활동을 펼친 이들을 검거 하기도 했다.

 

조평통이 어떤 단체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들은 한국내 각계각층의 인사와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반정부 통일투쟁 고취, 선전활동을 전개하고 노동당의 통일 및 남북대화정책을 대변한다. 다시말해 당의 지도지시를 받는 대변인 역할을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북한의 소식을 조평통을 통해 듣게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다.

 

조평통은 한국에서 새로운 통일정책이 발표되거나 정세 변화가 생기면 ‘조평통 서기국 보도’라는 형식으로 즉각 반응을 보이며, 간첩사건 등이 발표되면 ‘날조 모략극’이라는 반박 성명을 발표한다. 한국과 미국에 대한 비방이나 규탄 내용을 담은 성명서ㆍ백서ㆍ공개질문서 등도 수시로 내놓는다. 기관지 ‘조국통일’을 주 2회 발행하며, 북한 신문인 ‘로동신문’, ‘통일신보’, ‘민주조선’과 잡지 ‘조선청년’ 등의 기사를 제공한다. 2010년 8월부터는 트위터와 유튜브 계정도 운영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한국내 주요사건 또는 새로운 정책 제시 때마다 이를 모략, 비난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즉 남한을 선동질하고 혼란을 부추겨 정부의 힘을 무력화 시키는 게 궁극적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조평통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포함된 중앙위원회를 정점으로 그 아래 서기국을 두고 있으며, 산하에 정세판단국과 조직부·선전부·회담부·조사연구부·총무부 및 자료상황실 등의 부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각종 남북대화에 참가한 북측인사들은 대부분 조평통 간부였다. 그리고 통일과 관련한 성명과 제의, 대남비방과 규탄 등도 대부분 조평통 명의로 발표되고 있다. 1997년 4월 한국으로 망명해 서울서 살다 지난 2010년 사망한 황장엽도 1986년 9월부터 조평통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조선노동당 비서국 산하에도 조선평화통일위원회(약칭 조평통)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통일전선사업부라는 조직이 있지만, 은밀히 대남 사업을 진행하는 비밀기구여서 남북 대화에 직접 참여하거나 남한 주민 및 해외동포들에 대한 선전ㆍ선동 업무를 공개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웠다.

 

아직 조평통의 성향을 잘 눈치채지 못했다면 그들의 발표 일부를 한번 서술해보겠다. <남조선의 현 당국자가 첫 해외나들이로 미국을 행각하여 ‘정상회담’이니, ‘공동기자회견’이니, ‘국회연설’이니 하며 한바탕 치마바람을 일구었다.> 일국의 대통령에게 해외 나들이를 갔다드니, 한바탕 치맛바람을 일궜다는 얘기를 할 수 있다니. 얼마전 민주당의 심재권 의원이 김정은에게 예를 갖추자고 했던가. 참으로 한심한 얘기다.

 

좀 더 얘기해볼까. <‘포괄적 전략동맹’ 이니, ‘혈맹관계’니, 그 무슨 ‘핵심축’이니 하면서 상전과 주구가 놀아댄 꼬락서니는 참으로 역겹기 그지없다.> 이런 발언을 보라. 더 볼 것도 없다. 표현만 봐도 저질 조평통의 수준을 말해준다.

 

조평통은 또 <남조선 당국자가 미국에 만연된 독재자의 딸이라는 인상을 지우고 상전의 환심을 사보려고 행사 때마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눈길을 끌어보려 하고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적대정책과 침략책동에 발라맞추면서 《핵포기》니, 《도발》이니, 《대가》니 하고 독기어린 망발을 늘어놓은 것은 만사람의 조소와 환멸을 자아내고 있다>고 발표했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이 어찌 이상하지 않은가. 김정은은 독재자의 손자이자 아들. 3대째 이어온 독재 중 독재자인데 자기 욕도 아니고 왜 이런 표현을 쓸까. 이미 익숙해진 그들이 과연 독재자라는 개념에 대해 반감이 있기나 할까? 그럼 무슨 의도가 있어서 독재자의 딸이라고 표현했을까.

 

우려스러운 것은 여기에 동조해서 외치는 좌파세력이나 종북성향의 국회의원과 일부 언론이 문제다. 인터넷 및 SNS 공간에서 악성 유언비어가 걷잡을 수 없이 유포 확산 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수십년간 우리 사회 깊숙이에 침투해 내부를 진탕시키려 했던 조평통. 그들의 놀음에 우리 사회에선 많은 혼란이 있었고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각이 있는 국민이라면, 2008년 광우병 사태, 천안함, FTA 괴담들의 학습효과를 통해 모두 허황된 얘기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들어 국민들의 안보의식은 크게 신장됐다. 그에비해 조평통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놓은 ‘반보수 진보대연합’ 대남적화혁명역량이 붕괴위기에 처한 상황.

 

조평통의 대남선동전략은 계속 되겠지만 아무리 거칠게 몰아세워도 이미 높아진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이를 충분히 꿰뚫어보고 뿌리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조평통의 주장인지 아닌지, 더 나아가 조평통의 공작인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는 혜안과 식견을 갖춰야 할 것이다.

 

김승근 편집장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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