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예상대로다. 박태환이 쓴 드라마에 환호하고 신아람의 오심에 분노하느라 새누리당의 경선은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완전히 멀어졌다. 경선 첫 TV토론회 시청률은 2007년 경선 때의 절반에 불과했다. 후보 간 치열한 검증 대신 박근혜 후보의 밋밋하고 무미건조한 일인극만 계속되고 있다. “저는 올림픽과 선거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하고 깨끗한 승부가 중요하다”고 했던 박 후보 말대로 새누리당 경선은 박 후보의 ‘자신과의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의 룰’로 다른 경쟁자들을 쳐내고, 홀로 ‘깨끗한 예선’을 치르면서 본선을 대비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이런 식의 예선을 치르고 올라가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가 있었던가?

사실상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예선전에서 새누리당 비박주자들은 그야말로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풍(안철수 바람)이 분다고 그나마 박 후보에 대한 수박 겉핥기식 검증 노력도 멈췄다. 예선 레이스에서 붙은 경쟁자는 박근혜 인데도 김문수, 김태호, 임태희, 안상수는 안철수의 출발이 부정출발이라며 손가락질 하느라 바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신들이 ‘박근혜 도우미’ ‘페이스 메이커’ 임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이 관심을 못 받는 것은, 낮은 지지율이 아니라 처음부터 레이스를 제대로 뛸 생각이 없는 선수, 짜고 치는 게임 후 한가로이 나눌 몫이나 계산하는 타락한 선수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예선전 이제 막 출발하면서 ‘자신과의 싸움’부터 운운하는 오만한 선수와 치열하게 경기를 제대로 뛸 생각은 없이 잔머리만 굴리는 선수들의 경기가 제대로 흥행할리 만무하다. 관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하고 이기심으로 가득한 변변찮은 선수들이 뛰는 경기가 관심을 끌고 사랑을 받을 리가 없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새누리당의 지금 경선은 국민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 것이다. 열심히 실력을 키우는 정공법은 피하고 얄팍한 수로 금메달을 따겠다고 덤비는 새누리당의 한심함에, 놀부 욕심에, 국민이 박수를 칠 수가 없는 것이다.

비박주자들은 현재대로 가면 결승진출은 물론 다음 경기 출전도 불투명하다. 각개전투로 뛰어봐야 박 후보를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요, 관중들에게 최소한의 인상적인 경기력도 보여줄 수 없다. 그런 무능과 얄팍한 기회주의로 미래를 기약하겠다는 것은 야무진 꿈에 불과하다. 단일화를 통해 자신들의 파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단일화를 한다고 박 후보를 이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최소한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능력은 보여줘야 미래를 낙관할 수 있다는 얘기다. 9:1이 아닌 6:4, 아니 7:3의 결과는 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박근혜 대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지지율 지키기에 올인한 박근혜는 불안한 후보, 안철수에 이기기 어려워

필자가 비박주자들이 단일화를 통해 자신들의 능력과 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건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가 대단히 위태롭고 불안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새누리당이 막판 후보교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직 지지율 관리에만 신경 쓰는 박 후보와 현 새누리당은 역설적으로 박 후보의 지지율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후보교체론이 나올 수밖에 없도록 돼 있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보수를 사실상 삭제하고 친이계를 솎아내고 보수우파가 그렇게 반대하는 데도 김종인, 이상돈 등을 영입한 데에는 박근혜의 지지율을 지키기 위한 단 하나의 이유 밖에 없다.

그렇게 지지율만 믿고 버티기, 수세적인 지키기 작전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박 후보의 견고해 보이는 지지율 추락이 현실화 되면 패닉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이념과 신념, 정책 등 정도로 나아가기보다는 지지율이라는 허상에만 매달려온 새누리당은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대단히 허약한 구조로 돼 있다. 혹시라도 지지율에 손해를 볼까봐 국민을 기만하는 MBC 파업사태의 주범 노조의 온갖 행패에 단 한마디 쓴소리도 제대로 못하는 후보와 정당의 나약함으로는 지지율 현상 유지도 어렵다. 겉으로는 덩치가 크고 단단해 보이지만 속빈 강정에, 모래사장 위에 쌓은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안철수 지지율은 여야 거부하는 민심 열망의 집합체, 실체가 분명한 버거운 상대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자구도에서도 박 후보를 앞지르기 시작한 안철수의 지지율은 이와 반대다. 겉으로는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해보이지만 사실은 여당과 야당 모두를 거부하는 민심이 안철수를 통해 똘똘 뭉쳐 있는 현실이 반영되고 있다. 여야 모두 쇄신과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현재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구태 그 자체다. 새누리당의 일인독재, 불통, 기회주의 역사관, 과거에 갇힌 정치행태 등 어떤 면에서도 미래와 꿈, 희망을 떠올리기 어렵다. 민주통합당 역시 친노라는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야권연대를 통해 종북주의 혐의까지 덤으로 얹었다. 안철수에 몰린 지지는 이런 새누리당과 민통당에 대한 민심의 분명한 거부로 해석해야 맞는 것이다.

안철수의 책이 수준 이하의 허접한 책이라고 비판하기 전에 안철수에 투영된 민심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철수의 높은 지지율은 근본적으로 그의 도덕성, 청렴함 등 따위에 기인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과거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명운동을 펼친 사실이 드러났다고 해서, 주식사기를 쳤다고 비난한다고 해서 쉽게 꺼지지 않는다. 그가 위선적이라고 해서 지지율에 쉽게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다. 안철수의 지지율은 안철수의 능력과 도덕성 그 자체라기보다 여야를 거부하고 변화를 바라는 민심의 요구가 담긴 집약체라는 점에서 그렇다. 열망을 담은 지지율(안철수)과 어쩔 수 없이 보내는 지지율(박근혜)이 경쟁할 때 어느 쪽이 더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지는 뻔한 얘기다.

안철수가 지지율에 담긴 민심의 열망을 현실화하는 정치세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삼자 구도로 간다고 해도 박근혜의 승리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역으로 새누리당이 한계가 뚜렷한 박 후보로서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다고 지지율이 확 올라가고 책 한권 냈다고 민심이 집중하는 후보에 대해 초조해 하는 후보로는, 현 지지율만 쳐다보고 있는 집단으로는, 야권을 꺾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후보교체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첫 단계가 바로 비박주자들의 단일화다. 단일화를 통해 비박주자들은 의미있는 힘을 보여줘야만 한다. 작은 바람몰이라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쓰레기통에 내다 버린 보수를 제대로 복원하고, 흩어진 지지세력을 다시 모아야 한다. 그리고 얄팍한 기회주의를 버리고 정도를 걸으며 국민에게 온 진심을 다해 눈물로 호소해야 한다. 사실상 박근혜 대선후보로 정해진 새누리당은 후보 교체만이 정권 재창출의 유일한 길이다. 또 보수정치를 복원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그 첫 단계가 바로 비박주자들의 단일화다.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나서주길 바란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트위터 주소 https://twitter.com/phm5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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