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은 6.25전쟁을 잠시 멈추게 한 정전협정을 조인한지 59주년이 되는 날이다. 1953년 이날에 국제연합군 총사령관(美육군대장 Mark W. Clark)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김일성)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팽덕회)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 체결되었다. 판문점에서 오전 10시에 서명되고 휴전은 오후 10시에 발효되었다. 한국정부는 서명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공산군(북한군/중공군 연합군)을 궤멸시켜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한국 국민의 결의를 반영한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기습공격을 당한 한국은 6.25전쟁(1950.6.25~1953.7.27)때 60개국의 도움을 받아 국가소멸 직전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할 수가 있었다. UN군 깃발아래 미국 등 16개국이 전투부대를, 덴마크 등 5개국이 의료지원부대를 파병했다. 멕시코 등 39개국이 물자를 지원했다. 참전 연인원은 194만7087명이고 이중에 미군이 178만9천명으로 대부분이다. 이들 국가들은 정전협정 체결 당시 미국 워싱턴D.C.에서 모임을 갖고 만약 북한이 또다시 한국을 공격하면 유엔군사령부 하에 참전하기로 약속했다. 한국에는 유엔군사령부가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에는 이들 국가의 재(再)참전에 대비하여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다. 미국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군을 한국에 남겨두고 있다.

 

미 국방부는 7월 27일(현지시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정전협정 체결 기념행사를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었다. ‘잊혀지지 않는 영웅들(Heroes Remembered)’이란 주제로 진행된 행사에는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과 에릭 신세키 보훈장관, 레이 러후드 교통장관, 제임스 윈펠드 합참 부의장 등 미 정부와 군의 고위 인사들, 영국 등 참전 16개국의 외교 사절들이 참석했다. 최영진 주미대사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한국대표로 참석했다. 패네타 장관은 “준비되지 않은 참전이었지만 우리는 전쟁을 잘 치러냈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날 포고문을 통해 “정전 59주년을 맞아 한국전에 참전한 모든 이들과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참전용사들의) 정신적 유산은 자유와 번영의 국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동맹인 한국에도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미국은 2009년부터 미국 전역에 조기를 건다. ‘한국전쟁 퇴역군인 인정법안’이 상하 양원을 통과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참전 미군 용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날을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로 지정하고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에 성조기를 조기로 달도록 지시한데 따른 조치다. 한국전쟁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많은 인명피해와 전비를 소모했다. 전사 3만6940명, 부상 9만2134명, 실종 3737명, 포로 4439명이다.

 

북한은 미국에게 승리했다고 선전하기 위해 1973년부터 ‘조국 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정하고 기념 중앙보고대회, 육해공군 충성 결의대회 등의 행사를 한다. 1996년부터는 10대 명절로 정해 아예 공휴일로 만들었다. 북한 김정은은 김일성 사망 18주기가 되는 2012년 7월 8일 금수산궁전에 이어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1953.8.17개관)을 찾았다. 김정은은 7월 26일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조국해방전쟁승리 59돌 경축 조선인민내무군협주단 공연’에 군 수뇌부와 같이 참석했다. 그리고 북한은 7월 27일 평양체육관에서 ‘조국해방전쟁승리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하고 저녁에는 대규모 불꽃놀이를 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총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현영철 군 총참모장, 김경희 당비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 당·정·군 고위간부, 참전군인 등이 참석했다.

 

국내에서는 예년과 같이 판문점에서 중립국감독위원회 주최로 조촐한 기념식이 열렸다. 중감위 스위스대표 우르스 게르브르 소장, 중감위 스웨덴대표 안덜스 그랜스타드 소장, 제임스 서먼 유엔군사령관, 권오성 한미연합사부사령관, 국방부 임관빈 정책실장, 백선엽 장군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날과 관련하여 참전용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행사도 없고 태극기마저 게양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의사로 체결된 게 아닌 정전협정을 크게 기념해야 할지는 합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우리는 전쟁 당사국이어서 전쟁 발발을 중시하는 반면, 6·25전쟁을 승전으로 여기는 참전국들은 전쟁이 끝난 시점을 기념하는 전통이 있어 이런 온도차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미국과 북한은 나름대로 이날을 기억하는 행사를 갖고 전의(戰意)를 다지고 있다. 한국군은 6.25전쟁에서 13만7889명이 전사하고 부상 45만742명, 실종 2만4495명, 포로 8343명이다.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당사국 한국은 이렇다 할 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정전협정의 참 뜻을 잊고 있는 사이에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2010년까지 42만5천여 차례나 정전협정을 위반했다. 이 가운데 무력도발만 무려 470여 건에 이른다. 북한은 1996년부터 무력도발의 강도와 빈도를 증가하고 있다. 2010년에는 전쟁도발 행위에 해당하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무차별 포격을 자행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응징하지 못했다. 이는 남북 간 대화-협력을 중시했던 햇볕정책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다시는 북한이 우리 영토를 넘보지 못하도록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하루속히 정전협정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져 북한에 대한 주적관(主敵觀)을 바로잡고 전의를 다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차제에 전승기념일로 정할 것을 제안한다. (konas)

 

김성만 예비역 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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