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 불평등 해법은 증세와 재벌 손목 비틀기

안철수의 책에 나온 ‘복지 정책’, 구체적인 방안 있나

 

안철수 교수가 낸 책 <안철수의 생각>을 놓고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반면 책이 판매되는 속도는 사상 최고라 불릴 정도라고 한다. ‘안철수 현상’이 나타난 이유에 대해 혹시 우리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없는가.

 

‘안철수의 생각’을 보는 두 가지 시각

 

<안철수의 생각>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안 교수를 지지하는 이로 보인다. 안 교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의 책내요을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다.

 

책 속에서 안 교수는 ‘고민하는 현실주의자’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세상을 위해….’ 등의 문구를 나열해 놓고 있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성인군자가 아니라 ‘성자(聖子)’요 살아 있는 부처 같다.

 

하지만 그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주장’은 그저 헛웃음을 치게 만들거나 분통을 터뜨리게 한다.

 

‘국민 무료백신’으로 불리는 V3. 국내 거대포탈들이 ‘무료백신’을 내놓으려 할 때 안철수 연구소는 대립각을 세우는 듯 했다. 여기에 국내 보안업체들이 지지하며 거들었다. 하지만 안철수 연구소는 결국 네이버와 힘을 합쳐 ‘무료 툴바’에 참여했다. 안철수 연구소를 거들던 다른 보안업체들은 ‘닭 쫓던 개 꼴’이 됐다.

 

안철수 교수의 다른 모습도 있다. ‘V소사이어티’에 대한 이야기다. V소사이어티는 2001년 당시 신흥 벤처 재벌과 대형재벌 3~4세 20여 명이 모여 만든 투자클럽이다. 이들은 ‘V소사이어티’를 출범하면서 ‘유망 IT벤처 기업을 발굴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몇 년 뒤 살펴봤다. 성과는? 장담하던 것과는 달리 유망 IT벤처 기업을 키운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성공사례’마저도 재벌기업과 ‘신흥재벌’이 된 대형 IT기업에 ‘납품’하는 비즈니스를 만든게 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기존 재벌과 함께 한 IT재벌들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V소사이어티’ 결성 당시 테헤란로에서는 요상한 소문이 돌았다. 진실은 본인들에게 확인하는 게 불가능해 말할 수 없지만, 만약 그 소문이 조금이라도 사실일 경우 지금 안 교수의 말은 믿을 수가 없다.

 

아무튼 ‘V소사이어티’는 당시 모임의 좌장 격이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해체되다시피 했다.

 

안 교수의 ‘비전’에 현실적인 해결책은 있는가

 

“오래된 이야기로 안 교수를 비판하는 건 적절치 않다. 특히 V소사이어티와 같은 경우 안 교수가 주도적으로 나선 게 아니지 않느냐!”

맞다.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다. 그저 과거 안 교수의 행적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랬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안 교수의 책을 보면 소득 불평등 문제나 복지 문제 등이 자주 나온다. ‘평화 위에 세우는 공정한 복지국가’ 같은 소제목도 있다. 이를 본 일부 언론과 김문수 경기지사 같은 정치인은 ‘소득 양극화의 원인이 재벌’이라고 ‘정의’한 내용을 비판하기도 한다. ‘현실감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논란과 안 교수가 그동안 밝힌 생각을 찾아보면서 문득 안 교수와 지지자들에게 묻고 싶은 게 생겼다. 복지정책 이야기다.

 

과거 어떤 ‘역사적인 인물’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누진소득세, 재산세, 상속세, 양도소득세, 특소제 제도를 강화해 소득분배 불평등을 감소시켜야 한다. 각종 투기를 억제해야 한다. 문화생활 영위를 적극적으로 후원해야 한다. 사회보험정책으로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독점정도가 심한 산업은 국유화시키고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토지 공개념(사유제 폐지)을 실시해야 한다.”

 

안 교수는 이런 주장을 어떻게 보는가. 공감하는가. 참고로 이 말을 한 사람과 그가 믿고 따르던 지도자는 1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짓도록 했고, 사회불안요소로 지목된 사람들을 모두 ‘제거’했다. ‘자주국방’을 통해 주변국과 과감한 ‘투쟁’도 벌였다. 강력한 제도 시행으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도 잡았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나치 정권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아돌프 바그너라고 알려져 있다. 과연 그가 이런 말을 했는지 확인하지는 못 했다. 하지만 이 말에 나온 내용들은 나치 정권이 집권 후 펼친 정책과 비슷하다. 국민들의 문화생활과 스포츠를 장려했고, 분배 불평등을 바로 잡았다. 막대한 부를 가진 대기업들을 국유화했다. 집시나 동성애자, 유대인 등을 ‘사회불안요소’라고 찍어 ‘제거’했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이고 ‘바람직한 정책’ 일까. 누구도 ‘그렇다’고 답을 못할 것이다. 쉬운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실은 ‘악마의 유혹’이다.

 

안 교수도 혹시 지금 우리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겉만 보고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가. 수천만 명이 살아가는 사회의 갈등이 그렇게 간단하게 풀릴 수 있었다면 왜 지금까지 수많은 갈등이 남아 있을까.

 

안 교수를 볼 때마다 ‘486세대 청담좌파’들이 생각난다. 이들은 대학 시절에는 시위도 안 했다. 물론 군대도 안 갔다. 나중에 억대 연봉을 받게 된 뒤에도 정신연령은 20대 초를 넘어서지 못했다.

 

‘룸살롱’에 앉아 옆에 ‘아가씨’ 끼고 친구들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거나 한 병에 수십만 원짜리 와인을 먹으며 늘 ‘기득권 세력’ 욕하고 ‘노동자 해방’을 주장했다. 이들이 술 먹고 떠드는 내용이 ‘나치’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다.

 

정의, 복지, 평화, 평등이 밥 먹여준다는 안 교수

 

안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정의, 복지, 평화 등이 국민들 밥 먹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을 놓고 긍정하거나 부정할 수는 없다. 안 교수가 ‘정의, 복지, 평화’를 어떻게 풀어서 먹여 살릴 것인지는 거의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 꿈을 꾸고 목표를 갖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하지만 그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부터 하나씩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본인이 성직자나 선동가가 아니라면, ‘자칭 사회운동가’로 다른 사람들을 시킬 것이 아니라면, ‘언론 플레이’를 하기 보다는 스스로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

 

지금 안 교수의 책이 인기를 끌고 있는 건 ‘가슴이 아픈 사람들’에게 듣기 좋은 말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진통제다. 하지만 진통제와 통증을 제거하는 건 다른 문제다. 진통제는 잘못 쓰면 중독현상까지 나타나기에 위험하다.

 

안 교수가 연예인처럼 가끔 ‘선한 모습’ 보여주며 잇속이나 차리는 사람이라면 ‘진통제’ 역할만 해줘도 감사하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생활기준을 바꿀 수 있는 정치인, 그것도 국가원수 직에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진통제’여서는 안 된다.

 

안 교수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진통제’인가 아니면 ‘세상을 고치는 의사’인가.

 

전경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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