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7월 29일. 일제강점기를 막 벗어난 그 때. 가슴에 ‘태극기’ 마크를 달고 최초로 올림픽에 참가한다. 1948년 런던올림픽이다. 우리는 새로 독립된 아시아의 작은 변방국이었고, 외국인들은 대부분 ‘코리아’를 중국이나 일본에 속해 있는 작은 나라로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겨우 수십달러에 불과했고, 십시일반 모은 국민성금으로 선수 단복을 지어 겨우 대회에 출전시킬 수 있었던 세계 최빈국이었다.

 

일제의 지배를 막 벗어났던 그 해 여름 최초로 제헌 국회에 의해 헌법이 공포됐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선출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미국의 원조에 의존해 살아가던 그 때. 국민들이 얼마나 뜨거운 염원과 애국심을 담아 올림픽 선수단을 응원했을지 상상이 되는가. 일장기를 벗어던진 대한민국 선수들을 보며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앵커의 멘트가 나갈 때마다 온 국민이 감격스러움에 뭉클해 했다.

 

1948년 런던에서 한국은 노골드, 노실버를 기록했지만 역도와 권투에서 값지고 놀라운 동메달 2개를 획득해 59개국 중 32위에 올랐다.

 

그리고 64년이 흘렀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강국이 됐다.

 

대한민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를 거머쥐며 종합 7위를 차지했다. 204개국 중 7위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안착시키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수출 7위에 랭크됐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바뀌었고 우리의 핸드폰과 자동차, TV가 세계 각국을 누비고 있다.

 

세계 7번째로 국민 소득 2만달러에 인구 5천만명을 갖춘 소위 ‘20-50클럽’에 가입했고, G20 의장국을 맡는 한편 한류라는 문화 열풍을 세계로 확산시켜 그 위상을 크게 떨치고 있다. 런던에서 영국 청년들이 한국의 K팝을 부르며 한국 태극기를 흔드는 광경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를 한국인이 맡고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세계 속에서 한국인의 위상이 이 정도다.

 

지난해 한국을 객관적으로 조명한 방송이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채널 ‘히스토리’를 통해 전세계에 방영된 적이 있다. 한국이 60년전의 참담함을 딛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라는 게 그들의 평가였다.

 

방송은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등을 예로 들며 전쟁의 폐허가 만들어놓은 상황 탓에 결단력 있고 과감한 지도자들이 많이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정주영 회장의 일화를 들어 카리스마로 돈 한푼 없이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장을 설득해 부산의 한 어촌마을에서 조선소를 짓고 배를 만들더니, 지금은 세계 최고의 조선국가가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히스토리채널은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삼성, 현대, LG를 소개하며 조선업 세계 1위, 자동차 세계 5위, 지구상에게 가장 많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을 수출하는 나라, 세계 무역 7대국으로 성장한 배경을 전했다.

 

다만 역사상 정치적 굴곡이 많았던 만큼 지금까지도 정치인들의 갈등이 심한 편이며 대부분의 국민이 정치권과 행정부, 군부까지 믿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거시즌이 돌아온 이때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 보인다.

 

런던올림픽이 열리던 1948년.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꿨다. 64년만에 또다시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올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대통령 선거가 있다. 운명을 믿는 이라면 이 기막힌 우연이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질 만도 하다.

 

23일 이명박 대통령은 런던 하계올림픽 기간 동안 매일새벽 빠짐없이 응원하겠다며 선수단에 힘을 실어줬다. 앞서 태릉선수촌을 방문했을 때도 선수들을 격려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칭하기도 했다.

 

맞다. IMF 당시 코리안특급 박찬호와 박세리가 얼마나 우리 속을 후련하게 했던가. 우리는 힘을 냈고 위로 받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눈부신 경제발전과 그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한 많은 시절,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대통령의 그 말이 정답이다.

 

수탈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은 세계 속에서 빛나는 한국인을 볼 때 민족 특유의 뜨거움을 느낀다. 그 핏줄의 끈끈함이 우리를 하나로 만들고, 화해하게 만들고, 강하게 만든다. 그리스인들이 헤쳐나가지 못하는 경제 위기를 우리는 그렇게 극복해 냈다.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잇따른 정권 변화로 혼란스러운 이때 런던올림픽 선수단의 최선을 다한 도전이 우리에게 커다란 용기와 따뜻한 위로가 되어 모두에게 전해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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