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권력구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북한이 7월 15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북한군 총참모장 리영호를 전격 해임한 것입니다. 북한은 “신병 관계로 모든 직무에서 해임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7월 8일까지만 해도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수행했던 그가 건강 때문에 물러났다는 말을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습니다. 한 마디로, ‘전격적인 숙청’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리영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 직후인 2009년 2월 한국군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에 발탁되었고, 2012년 12월 김정일 장례식 때에는 운구차를 호위한 7인방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또한 노동당 권력의 핵심인 상무위원이자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었습니다. 군 최고의 실세이자 북한 권력서열 5위의 리영호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 사실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지만, 일단 세 가지의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첫째는 장성택과 리영호 간의 권력암투설입니다. 장성택은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의 남편으로 김정은의 고모부입니다. 한때 숙청되기도 했던 장성택은 복권 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노동당 정치국위원, 행정부장 등의 직함을 가지고 김정일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김정은 시대에는 더욱 주목받는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군부내에 다수의 자기 사람들을 심어놓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최룡해는 김정은 정권에서 북한군을 사상적으로 감독하는 자리인 총정치국장에 오르면서 일약 유명해진 인물입니다만, 장성택의 사람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그렇다면, 2009년 이래 3년 동안 북한군을 좌지우지했던 리영호는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으로 오면서 심한 권력다툼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성택이 최룡해를 앞세워 리영호를 제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경제마인드를 가진 실용주의 세력과 군부 강경파 간의 세력다툼으로 보는 해석도 있습니다. 김정은 계승 이후인 지난 2월 29일 미북 간에는 '2.29합의'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내용은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유예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 등을 약속하는 대가로 미국이 식량을 지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4월 13일 ‘민간 우주개발용 광명성 3호’라는 미명 하에 미사일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합의는 무산되었습니다. 이때 미사일 발사를 주도한 것이 군부 강경파였다는 분석이 제기되었습니다. 즉, 북경에서 미국과 합의를 도출한 외무성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군부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후 중국이 북한에게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고 개혁개방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한다는 보도들이 있었고, 여기에 부합하여 김정은 정부가 민생 챙기기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당, 군, 내각으로 분산되어 있는 ‘외화벌이’ 무역창구들을 내각으로 일원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군이 반발한다는 첩보도 들렸습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한다면, 경제마인드를 가진 실용주의 실세들이 불타협적 대외정책을 고수하면서 자신들의 ‘돈줄’을 지키고자 저항하는 군부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셋째, 백두혈통의 권위를 세우고 왕정국가의 기강을 잡은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북한은 김일성 일족이 다스리는 사실상의 왕정국가이며, 때문에 김정일 사망 이후 백두혈통을 이은 김정은이 권력을 이어받는 것은 일단 숙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가 김정일의 유훈을 해석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고 남편 장성택이 로열 패밀리의 일원으로 섭정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가집니다. 이 시각에서 본다면, 이번 사태를 두고 백두혈통을 옹위하는 로얄 패밀리 세력이 젊은 지도자를 인정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있는 군부실세를 내침으로써 확실하게 권력을 장악하려 한 거사(擧事)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리영호를 제거한 것에는 왕정을 다지기 위해 군부에 대한 당의 전통적 우위를 이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즉, 선당(先黨)정치 재개를 통해 선군(先軍)정치의 위세를 조정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사실 우리는 이런 해석들 중에서 어느 것이 진실인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확인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정보가 필요합니다. 군부 강경인사의 소멸이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지만, 군부의 반발 여부에 따라서는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후폭풍의 서막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북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입니다.

 

김태우 통일연구원장(twitter:@ktwktw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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