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정일이 이집트의 민주화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독재정권의 퇴진에 겁을 먹고 일체 통신에 대한 차단을 발악적으로 막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
 
최악의 독재 속에서 굶주리고 있는 주민들의 불안 심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반정부 운동이 북한에도 확산된다면 독재정권의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직감한 것이다.
 
김정일 정권은 오래전부터 치밀한 독재체계의 기초를 완성해 왔다. 무력에 의한 독재, 즉 “우리의 총창위에 평화가 있다.”며 1인 독재의 선군정치를 감행한 것과 인권말살에 기초한 언론, 통신에 대한 탄압, 그리고 북한 인민들의 정치문맹을 들 수 있지만 그들은 더는 50년대 사람들이 아니다.
 
필자가 북한에서 살 때의 이야기다.
 
밤이면 간간히 걸리는 남한 방송의 참신한 소식에 그날도 자정을 넘어 전기가 온 틈을 타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췄다. 그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거짓일지언정 밸 빠지는 북한 방송원들의 일률적인 괴성보다는 공감이 가는 면이 훨씬 많았다.
 
밖에서는 사나운 개 두 마리가 문 앞 몇 십 미터를 지키고 있어 음향을 낮추고 귀를 대고 듣는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다음날 우리 동네 좌상이며 흐름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아랫동네 할머니가 동이 트기 바쁘게 허겁지겁 새 소식을 전해준다.
 
동 여맹의 학습강사이며 ‘초급일꾼’이였던 나에게 이러한 희소식이 먼저 전해지는 것은 주민들의 지지와 믿음 안에 있다는 자긍심을 주기도 했었다.
 
할머니는 독집으로 된 마당에 들어와서도 습관적으로 주위를 살펴본 후 “이것 보오. 00엄마, 무슨 소식을 못 들었소?”라고 한다.
 
필자는 맘속으로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고 우스웠지만 후환이 두려워 모르는 체 하였다.
 
그는 귓가에 입을 대더니 속삭이듯 “수령님(김일성)과 함께 다니던 중앙당 1비서 황장엽이라는 사람이 남조선에 갔다오. 세상이 무슨 판이 돼 가는지 모르겠소.”하고는 큰일을 치른 사람의 의연한 얼굴로 총총히 나갔다.
 
그 후에도 할머니는 당국에서 통제하는 외부 소식들을 간간히 전하며 김정일 정권에 대한 비방을 동네에 전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비교적 경제가 탄탄하여 마치 거두처럼 행동했다. 겉으로는 ‘위대한 영도자’를 칭송하지만 보위원이나 보안원들이 없는 곳에서는 남조선 방송을 재방송하고 다녔다.
 
할머니는 아마도 재방송을 통하여 나름대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듯 싶었다.
 
마음이 통하는 몇 명이 모여 왜정(일제강점시기)때도 이렇게는 안 살았다며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터뜨리는 우리 동네 사람들은 단합이 되어 외부로 말이 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인민반장이 불만의 기수로 주민들 편을 확실히 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외부소식은 통신이 단절 된 북한에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필자는 개방된 통신만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김정일의 언론탄압과 통신의 차단은 대북 전단 살포의 대안을 제시해 준다.
 
그것도 북한 당국이 통제 장악할 수 없는 밤을 이용한 대북전단만이 북한의 새벽을 깨우는 소리 없는 폭탄이 된다는 것을...
 
김정금 기자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