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도시포럼과 자유민주연구학회의 주최로 18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공무원임용시험의 국가정체성 훼손 문제점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모준영 나라정책원 연구위원, 유광호 한국전략연구소장, 양동안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이주영 전 건국대 부총장, 배진영 월간조선 차장.

 

국가공무원시험 한국사(현대사 부분) 출제 문제 중 상당 부분이 국가정체성을 훼손하거나 사상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미래도시포럼과 자유민주연구학회는 18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공무원임용시험의 국가정체성 훼손 문제점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갖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원로 학자’(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와 ‘젋은 학자’(모준영 나라정책원 연구위원)의 분석 비교라는 발제 테마를 가지고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유광호 한국전략연구소장의 사회,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주영 전 건국대 부총장·배진영 월간조선 차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다(배진영)”, “정치·교육계에 이어 공무원 사회까지 좌파네트워크를 침투시키려는 의도에 소름이 끼친다(제성호)” 등 국가관의 좌편향 현상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완벽한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해결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두 명의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공무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올바른 국가관 확립을 꼽으며 이를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 등을 제시한 반면, 이 전 부총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줄기차게 배우는 한국사를 취직 시험에서 볼 필요는 없다”며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한국사 과목 폐지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배 차장은 “예전에 사시, 행시 등 안 본 시험이 없었다”면서 “사시 패스해 고영주 변호사님 밑에서 공안검사를 하고 싶었는데, 공부는 안하고 역사책만 보다가 월간조선 공안전문 기자가 됐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교재도 강사도 벌겋다”면서 “월간조선 3월호에서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이 ‘개헌을 안 하면 대한민국이 침몰한다’고 했던데, 개헌을 안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역사를 보는 올바른 눈을 키우지 못해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다”고 말해 정치권의 개헌논의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현대사 왜곡은 좌파정권이 뿌린 독초의 씨앗”

 

국회 미래도시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은 인사말에서 “역사가 단순히 과거 기록이 아니라 바로 오늘 현재의 자화상이자, 우리의 미래라는 점에서 ‘역사는 국민의 마음이 만든다’라는 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면서 “국민이 역사를 바로알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10여간 좌파 정권에서 사회 전반에 걸쳐 뿌려 놓은 독초의 씨앗들 중 한국사 특히, 현대사에 대한 왜곡과 폄훼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정도였다”면서 “10년 동안 현대사는 어떻게든 북한을 두둔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거사 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공공연히 왜곡·폄훼 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임용시험의 현대사 출제 문제도 그 역사 왜곡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됐다”면서 “오늘 토론회는 그 실태를 적나라하게 파헤쳐 문제점을 짚어보고, 우리의 정책적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 뜻깊은 토론회 자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열 자유민주학회장이 인사말을 하고있는 모습. 공안 전문가로도 유명한 그는 현재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동주최자인 유동열 자유민주학회장은 “대한민국에 여러 학회가 있지만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연구하는 학회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자부한다”면서 “어떤 직업보다 헌법적 가치 수호 정신이 중요한 국가공무원이 좌파적 시각에서 공부하면 되겠냐”고 역설했다.

 

자유민주학회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고영주 국가정상화추진위원장은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정말 중요한 주제를 잘 선정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니나라 젊은 세대는 친북반미좌경 세력에 빠져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고 위원장은 “현 정부는 중도를 선언하며 이념문제 개입을 회피하고, 교육들은 좌경 이념의 허구성 지적할 능력도 없다”면서 “기업들은 취직시험에서 국가관을 평가하는 문제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좌익의 보복 두려워 실행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념 교육 정상화의 마지막 보루인 공무원 시험이 오히려 친북을 부추기는 일이 우파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양동안 “출제위원 명단 공개해야”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2007~2010년의 총 14회의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현대사 관련 출제문제의 사상적 편향성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양 교수는 “현대사 문제 자체가 사상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출제경향은 사상적 편향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기간 동안 운동권 및 친운동권 응시자들이 정답을 맞히기 유리한 문제들은 평균 57.9%에 이르고 해방 이후에 관한 문제로 한정하면 그 비율은 73.1%에 달한다”고 밝혔다.

 

양 교수의 발제에 따르면, 일제시기에 관한 문제들 가운데 빈도수가 가장 높은 것은 일제 하의 좌익단체 및 좌익운동가였고, 이승만 대통령 등 대한민국 건국주도세력의 독립운동에 대한 문제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한 합의 문건도 균형적인 합의 문건은 출제하지 않고 남한에 불리한 요소가 많은 문건은 자꾸 출제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출제빈도수가 가장 높은 것은 대한민국에 대해 부정적인 것들에 관한 문제들이거나 대한민국과 북한의 통일에 관한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출제경향에 맞게 공부를 하다보면, 출제경향의 사상적 편향성이 자동적으로 시험 준비생의 뇌리에 침투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출제위원들의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

 

모준영 “익명의 문제은행은 모두 폐기해야”

 

양 교수가 사상적 편향성의 전체적인 흐름을 분석했다면, 모준영 나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출제문제를 예로 들어 문제점을 진단했다.

 

모 위원은 “출제문제 중 절반가량이 문제가 있었다”며, ▲대한민국 건국을 저지했던 좌파 및 중간파에 대한 지식 요구 문제 다수 ▲좌파단체의 활동 및 북한 역사에 대한 지식 요구 문제 다수 ▲‘햇볕정책’에 영향을 받은 남북관계 및 통일정책에 대한 지식 요구 ▲ 대한민국 건국과 성장, 발전에 관한 문제 전무 ▲농민?노동운동 등에 대한 지식 요구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모 위원이 ‘독재정치’, ‘장기집권’, ‘3·15 부정선거’ 등 이승만 대통령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킨 문제다.

 

문. 4·19 혁명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09년 9급 지방]

① 이승만 대통령의 독재정치가 장기 집권이 배경이 되었다.

② 3·15 부정선거가 도화선이 되었다.

③ 대학교수단의 시국선언은 4월 19일 학생시위를 촉발시켰다.

④ 학생이 앞장서고 시민이 참여한 민주혁명이었다.

 

심지어 북한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알고 있어야 풀 수 있는 수준의 문제도 있었다.

 

문. 6·25 전쟁 이전 북한에서 일어난 다음의 사건들을 연대 순으로 바르게 나열한 것은? [09년 9급]

ㄱ. 북조선 5도 행정국 설치

ㄴ. 토지개혁 단행

ㄷ. 북조선 노동당 창당

ㄹ. 조선공산당 북조선 분국 조직

① ㄱ→ㄴ→ㄷ→ㄹ

② ㄱ→ㄴ→ㄹ→ㄷ

③ ㄴ→ㄱ→ ㄹ→ㄷ

④ ㄹ→ㄱ→ㄴ→ㄷ

 

모 연구원은 “행정안전부는 익명의 문제은행 형식이라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했지만, 수십만개의 문제은행을 모두 검토해서 수정이 아니라 아예 폐기해야 한다”면서 “출제위원도 새롭게 선정하고 명단을 공개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검토 위원이 아니라 전문 감수위원을 둬서 철저히 감독하고 대한민국 건국과 성장, 발전에 대한 이해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파인더 김봉철 기자 (bck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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