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총영사를 지낸 북한전문가 김명배 호서대 교수는 김정일 사망한 이후 북한의 갈 길에 대해 주체사상에서 답을 찾았다. 지난 9일(현지 시간) LA 미주한인의 날 기념 안보강연회에서 김 교수는 북한의 향후 진로에 대해 명쾌한 해설을 발표했다. 다음은 재미교포언론 선데이타임즈가 정리한 김 교수의 ‘주체사상과 북한의 진로’ 강연 내용이다.

북한이 공산주의 사회국가라고 하지만 주체사상이 모든 것 위에 군림한다. 그런 면에서 북한의 세습도 주체사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보면 쉽게 이해가 가게 된다.

주체사상이란 “영도자가 나라를 다스리고 인민은 충성과 효도로 보답하는 것”이다. 주체사상에 의해서 ‘영도자’가 나오는 것인데 그 자격은 간단하다. 주체사상의 창안자인 김일성의 혈통이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이 ‘영도자’로 나서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최고사령관’이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이니 하는 직책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영도자’가 되면 자연히 따라 오는 법이다. 쿠바나 다른 사회주의 국가의 독재정권 체제와 북한을 비교하면 안 된다.

체제 유지를 최우선시하는 김정일은 국가체제를 선군체제로 과감히 전환하고 개혁·개방을 포기하는 대신 핵 카드를 통해 만성적 경제침체를 해소코자 비상수단을 강구했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해갈에 그칠 뿐 근본적인 치유책은 아니었다. 남조선 적화통일, 통일전선전략, 핵 카드 이 세 가지는 김정일 정권이 존속하는 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본질적 요소였다. 그런 가운데 김정일이 사망한 것이다.

지금 김정일이 김정은을 위해 구축한 세대는 40대에서 60대이다. 이들 세대는 나라로부터 어느 정도 혜택을 받은 세대이다. 김정은이 ‘영도자’로서 어느 정도 체제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에게는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와는 다른 것이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영도자’로서 인민에게 ‘배급’을 통해 ‘어버이 수령’의 노릇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 ‘배급’제도가 파탄돼 90년 이후에 나타난 소위 ‘장마당 세대’(시장세대)들이 25세가 되는 2015년 이후부터는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들 세대들은 40대~60대와는 달리 ‘어버이 수령’으로부터 은혜를 받은 것도 없는 세대이라 이들이 사회전반에 진출하게 되는 2015년부터 사회체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 ‘재스민 혁명’보다 더 큰 반발이 일어날 것이 예상된다. 북한 내에 큰 정변이 발생하면 당연히 북한은 중국에게 SOS를 치게 된다. 북한에 소요사태나 정변이 발생했을 때, 북한 측이 남한에 대해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의 속셈은 북한이 붕괴될 경우, 자연히 북한 권력층이 중국에 SOS를 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 간에는 한국과 미국처럼 동맹체제가 되어 있기에 북한이 요청할 경우, 중국은 국제법상으로 아무 하자 없이 북한에 진입할 수 있다. 그리고는 북한의 소요사태를 진압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워주고 자신들은 철군하여 국제사회에 면모를 과시한다. 군대를 계속 주둔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뒤에서 북한정부를 조종하는 것이다.

김정일 사망 후 중국이 취한 조치를 보면 당장 알 수 있다. 후진타오 주석이 즉각 조의 발표와 함께 김정은의 세습을 인정하고 나왔다. 이어 중국의 최고 지도부들이 모조리 조문에 나섰다. 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거부당했다. 북한 측에서 볼 때는 중국 측의 배려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고마운 것이다.

이런 정도이니 김정은이 자신에게 위급한 상황이 닥친다면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인지는 명확해진다. 이런 모든 것을 이미 사전에 알고 있고 예견하는 것이 중국이다. 중국은 북한의 후견 국가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북한에게는 두 가지를 요구할 것이다. 하나는 ‘남침을 하지 말 것’과 ‘중국처럼 개방’을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반도는 평화는 아니지만 전쟁이 없는 남북이 공존하는 안정권이 된다. 말하자면 ‘한반도는 안정이다’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것이 남측이 바라는 한반도 안정과도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남한 내에서도 통일을 바라지 않은 세대들이 증가하고 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항구적으로 대남공작에서 대부분 실패했으나, 단 한 가지 이념투쟁에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남한에 종북정권을 세우는 것이 현재 궁극적 목적이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 상대하면서 남한을 배제시키려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북한은 북미대화에서 중국을 끌어들여 3국이 한국을 배제시키는 것이 북한의 최상 시나리오이다.

미국과 중국은 초강대국이다. 강대국들은 각자들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대화를 갖는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가상적인 적국이지만 필요에 의해서 서로 전략적으로 제휴해 주변 약소국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세계 최강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현재 경제대국으로 나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 가지 예로 겉으로는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떠들지만 속셈은 다르다. 그들에게 주한미군은 어떤 면에서 완충역할이고 그들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 만약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면 일본은 당장 재무장과 핵무장으로 돌입하게 된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당장 그 위협은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도 군사비를 대폭 증강해야 하고 모든 체제를 국방강화 쪽으로 가야 하기에 경제성장에 타격을 입게 된다. 일본과 패권을 다투어야 하는 입장이 된다. 더 나아가 동아시아에서 중국은 일본과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버거움을 안게 된다. 그래서 중국은 주한미군의 존재를 한반도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겉과 속이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동아시아와 북한을 두고 전략적 회의를 가진 바 있다. 그 당시 ‘만약 북한이 붕괴할 경우’와 ‘한반도 안정’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역할을 논의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이 합동으로 북한을 안정시키자는 안을 제시했으나 중국은 거부했다. 북한에 진주하는 문제는 내정간섭이 되는 사항이기에 유엔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중국 측은 주장했다.

우리가 북한에게 요구할 것은 인권문제와 핵 폐기 이외에 더 큰 중요한 것은 없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이것을 제안하면 북한은 당연히 거부한다. 그런데도 남한 측에서 계속 남북정상회담을 성사하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술수 즉, 무언가 했다 라는 것을 남기기 위한 것이었다. 이것은 지난번 2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을 보면 확연해진다. 남쪽이 얻은 것이 무엇인가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만약 3차 정상회담을 한다면 북한은 당연히 6.15선언과 10.4 선언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경제지원인 것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 잔여 임기가 1년 남짓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 움직임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시중에 나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북정상회담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백해무익한 것이다. 정상회담을 하면 북한은 모든 것을 얻고, 대한민국은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북한과의 이념투쟁에서 저버렸다. 북한의 사주에 의해 발동된 촛불시위가 광화문을 휩쓸고 있을 때, 청와대에서 이를 바라보며 아무 것도 하지 못한 MB는 초장에 ‘잃어버린 10년’의 회복은 물 건너 간 것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 종북세력에 의해 휘둘려왔다. 대통령만 바뀌었지 좌파 분위기는 바꾸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잃어버린 15년’이 되는 것이다. 또한 MB는 현대상사의 CEO는 되었지만 한 국가의 CEO로서의 지도력은 지니지 못했다.

북한 정권에게는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한 확고부동한 원칙이 있다. 이른바 ‘남조선 배제’ 정책과 ‘3대 혁명역량강화’로 집약된다. 전자가 ‘협상은 미국과, 경제협력(돈)은 한국으로부터’로 요약되는 정책이라면, 후자는 ‘남한인의 대북 적개심 해소 및 정신무장 해제, 북한 인민의 대남 적개심 고조와 정신무장 강화’로 요약되는 정책이다. 이 두 원칙은 모든 회담과 협상에 한 치의 예외도 없이 적용되는 철칙이다.

만약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는 경우 북한은 대한민국으로부터 ‘경제협력’을 명분으로 돈을 우려내고, 위장 평화를 구사해 대북 경계심을 해소시키며, 나아가 2012년 한국 대선에서 장차 북한의 대남 정치공작을 뒷받침할 친북좌경 정부를 세우기 위해 대대적인 정치선전을 펼치며 사전 정지작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북한이 동의하는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는 과거 1, 2차 때처럼 자주(주한미군철수), 민주(친북좌경정권 수립), 통일(적화통일), 민족대단결(대남 정치공작활동의 자유보장), 경제협력(원조 탈취)에서 맴돌 뿐, 대한민국의 관심사인 핵 폐기, 국군포로 및 납북어민 송환, 북한인권 개선 등은 의제에 포함시키지도 않는다.

그러나 오늘의 북한도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배급제가 폐지된 이후 인민을 통치하는 차원에서 생계 내지 연명 수준에 얽어매고, 군과 당을 주축으로 한 300여 만 명의 특수지배층에 온갖 특혜를 주면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이 수령과 공동운명체 의식을 갖고 수령을 결사옹위하게 만들어 마피아 조직처럼 국정을 끌고 가는 것이 오늘의 북한 통치형태다. 이러는 가운데  김정일이 사망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2012년은 남북관계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한국에는 국정 전반을 판가름하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있고, 북한에는 4.15 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기해 ‘강성대국’ 완성과 3대세습 체제 공식 출범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사상 최대 경축행사가 예정돼 있다. 문제는 축제를 벌일 재원 마련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이 재원 충당 수단으로 이용해 온 국제 불법행위와 이른바 ‘핵 비즈니스’가 한계에 달한 지 이미 오래다.

그러니 6자회담 무용론이 확산되면서 북한이 기댈 곳은, 대북 퍼주기 지원을 복원할 남한에서의 친북좌경 정부의 출현을 위해 금년 대선에서 이면 지원을 하는 것이다. 그 사전 정지작업이 바로 남북정상회담이었다. 그런데 김정일이 덜컥 죽은 것이다. 김정일의 입장에서 2012 대선이야말로 정권의 명운이 걸린 승부처였다.

2012년 대선에서 만약 종북세력에 의한 친북좌경 정부가 들어서는 경우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한 대북 퍼주기 지원이 대규모로 시행되고, 북한은 강성대국의 상징인 핵무기 개발과 군사력 증강의 든든한 자금줄을 쥐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는 대한민국에 안보위협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오게 돼 있다. 그뿐 아니라, 청년실업· 노인복지· 국가 채무 등 시급한 경제 현안이 대북 지원에 밀리면서 사회 전체가 용공의 물결로 출렁일 것이다. 북한은 2010년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해 사과는커녕 도리어 남측의 자작극으로 뒤집어씌우고 있다. 이러는 과정에서 김정일이 죽은 것이다. 그 바통을 김정은이 쥔 것이다.

김명배 호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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