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우현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주빈(24)이 첫 재판에서 주요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아동 강제추행과 강간 미수 등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조씨의 변호인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첫 번째 공판 준비기일에서 "아동 강제추행·강요 및 강요 미수·아동 유사성행위 및 강간 미수 혐의 중 일부는 각각 부인한다"며 "음란물 제작 및 배포 등 나머지 혐의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공판 준비기일은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듣고 입증계획을 짜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으나 이날 조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한 상태로 법정에 출석했다.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전직 공익근무요원 강모(24)씨도 출석했으나 같이 재판에 넘겨진 '태평양' 이모(16)군은 나오지 않았다.

강씨의 변호인은 "조씨와 영상물 제작을 공모하지 않았다"며 "다만 스폰서 광고를 모집한다는 홍보 글을 올려 피해를 발생시켰으니 일정 역할을 한 셈이라 그 책임은 인정한다"고 변론했다.

이어 "이 자리를 빌려 피해자 가족들에게 피고인을 대신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고교 시절 담임 교사를 협박한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자백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범인 이군의 변호인도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여성 피해자 25명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촬영하고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판매·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확인된 피해자 가운데 8명은 아동·청소년이다.

15세 피해자를 협박한 뒤 공범을 시켜 성폭행을 시도하고 유사 성행위를 하도록 한 혐의, 5명의 피해자에게 박사방 홍보 영상 등을 촬영하도록 강요한 혐의, 피해자 3명에게 나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 등도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 변호사들로부터 재판 전체를 비공개로 진행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번 사건은 국민의 관심이 높고 기자들의 보도로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 모두 비공개로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증거 조사 절차 등에서는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가 가해질 수 있으니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조씨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영상 제작 및 배포는 모두 인정하는 등 대부분 범죄사실을 인정한다"며 "다만 일부 영상 제작 과정에 폭행 및 협박이 없는 등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씨가 깊이 반성하고 처벌을 달게 받을 각오를 하고 있어 오늘 출석했다"며 "수십 개 범죄 중 한두 개를 부인한다고 형량이 달라지지 않으니 형량을 깎겠다는 의도는 아니고, 형사 소송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 일부 부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씨가 뉴라이트 등 특정 성향이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사이트에 다 들어갔다"며 "참여자도 26만명이 아니고 무료인 방은 많아야 1천명대, 유료인 방은 수십명대라고 조씨가 추측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 피해자들을 변호하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재판 후 배포한 자료에서 "피해자와 가족의 2차 피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피해자의 신상을 식별하거나 암시할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말고, 피해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또한 피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대책위는 "언론의 범죄사건 보도는 범죄 예방과 사회정책적 대책 마련 등 공익 달성이 본연의 목적인 만큼 남성 중심적 성문화와 그릇된 성인식, 여성 안전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범죄예방 체제의 미비 등 성범죄를 유발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더 주목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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