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3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범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벌어진 이른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이번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였다"며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아야 한다.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n번방' 사건을 '잔인한 행위'로 규정, 나아가 'n번방' 운영자뿐 아니라 'n번방'을 이용한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경찰이 이 사건 가해자들의 신병 확보 등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이런 강력한 대응 배경에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전, 기본적 인권과 관련한 문제라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에게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특히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하게 다뤄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필요하면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외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를 향해서도 플랫폼을 옮겨가며 악성 진화를 거듭해온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강 대변인이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법적인 미비는 앞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라며 "정부가 근절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면 법률 개정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한 "아동·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순식간에 300만명 이상이 서명한 것은 이런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정부는 영상물 삭제뿐 아니라 법률 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 18일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전날 2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229만명을 넘기며 역대 청와대 국민청원 중 가장 많은 참여 인원을 기록했다.

지난 20일 게재된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도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159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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