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일 개최된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전날 진지했던 자세와는 달리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자신들의 강경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나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 회담을 파탄으로 몰아넣었다.
 
남측 수석대표인 문상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은 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회담 분위기는 어제뿐 아니라 오늘 오전까지도 실무적으로 차분히 진행됐다"며 "그러나 오후에는 북측이 작심한 듯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 회담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고 전했다.
 
문 수석대표는 "북측은 오후 회담 시작 15분 만에 기존 주장을 반복하면서 더는 대화를 할 수 없겠다고 하면서 파일을 덮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말했다.
 
북측 대표단의 이런 반응으로 미뤄 평양 군부 지도부에서 더는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 즉각 철수하라는 훈령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하였지만 이것은 이미 그들이 회담 직전부터 계획하고 나온 전술적의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얼핏 보면 회담장에서 북측대표단 성원들이 화가 나서 결렬을 선언한 것 같지만 그것이 아니다.
 
철저한 독재체제인 북한에서 대표단 성원들이 자의대로 화를 내고 자의대로 회담을 결렬시킬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다. 그들은 철저히 김정일의 지시대로만 해야 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회담도 진정성이 전혀 없는 김정일의 교활한 대남전략의 일환일 뿐이라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회담을 열고 진정성을 가지고 남북의 군사적 대결위기를 해소하자는 것이 아니고 회담을 자기들의 이익 만들기에 활용하려는 것이 북한이 떠드는 대화의 진 목적이라는 것이 또 한 번 드러났다.
 
북측대표단은 회담도중 자신들의 주장이 먹혀들지 않자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는데 그것은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김정일 독재정권은 마치도 어린 아이 같은 그런 행태를 자주권이 강한 것으로 오판하는 돈키호테 집단이다. 그것은 그들의 자랑꺼리이기도 하다. 독재정권은 주민들과 군을 대상하는 강연 자료에 이런 내용을 ‘자랑’하며 북한사람들을 세뇌시키는데 활용했다.
 
마치 자신들이 회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듯 제국주의자들의 오만함에는 단호함으로 맞선다고 지난시기 많이도 떠들었고 지금도 떠든다. 그들에게는 ‘장군님’의 배짱과 담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것이 회담. 물론 매번 회담에서 적들과 싸워 이긴 것으로 찬양하고 선전한다.
 
오늘 북측 군사대표단의 어이없는 행태를 보며 필자가 북한에 있을 때 그들이 선전한 강연 자료의 한 내용이 떠올라 여기에 서술하려고 한다.
 
"1994년 9월 제네바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미국과 북한의 외교회담이 진행되었다. 양측의 2일간 회담에서 결실은 없고 상호간 양보가 없자 다음날 미국 측은 회담장에서 회담과정에 의견 상 마찰로 미국 측 대표단 단장이 일어나면 미국 측 대표들도 일제히 퇴장하게 하기로 계획하고 진행되었다. 회담도중 미국 측 대표가 일어서 나가려고 하자 북한대표단 단장 강석주가 영어로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라고 말했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최신작 영화 ‘바람과 같이 사라지다.’가 매우 인기를 끌었는데 이 대사가 그 영화에서 매우 인기 있는 명대사라는 것이다. 그러자 미국대표단장이 영어로 그 대사를 읽는 북한 측 단장을 의아한 눈길로 보면서 그 자리에 다시 앉자 미국 측 대표단은 모두가 자기 자리에 앉았다고 한다. 그때 강석주를 비롯한 북한대표단이 자리를 차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므로 써 북한이 승리를 거두었다"
 
참으로 유치한 말이지만 북한정권은 그것도 단호함과 자주성으로 묘사해서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고질화된 수법, 한마디로 회담장에서의 오만한 행동은 그들의 치밀한 시나리오이다.
 
결국 그들은 회담을 하자고 먼저 제의를 했고 마치 자기들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남측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이 안 된다는 구실을 세계 앞에 내놓자는 것. 이를 테면 진정성이 아니라 높은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이용한 것이 김정일의 대화전략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철면피하게도 천안 함과 연평도의 죄 값을 치르지 않겠다는, 한마디로 도둑놈이 매를 드는 어리석음을 관통시키려는 것이 김정일의 대화전략이다. 
 
박대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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